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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명록 Apr 23. 2023

매일의 생과 사

수명록 壽命錄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Birth와 Death 사이에서 어떤 방향으로 Choice를 할 것인가를 요나는 고민한다.

매일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매일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해 내야 하는 일이다. 고뇌가 깊어질수록 어느 쪽이든 변명은 풍요로워진다. 입퇴원을 반복하는 일은 죽는 일만큼이나 귀찮다. 그럼에도 병원은 요나와 같은 출퇴근 환자에게 외출보다는 퇴원을 권유한다. 입원은 병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외출 시 환자가 저지를 사건사고의 위험부담을 지는 것보다는 퇴원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병원이 환자에게 선을 긋는 현명한 방법이다.


“아, 하세요.”

“아, 다 먹었습니다.”

어떤 간호사는 약을 주고 나서 약을 삼켰는지 입안의 청결까지 요구한다. 요나는 이렇게 역할에 충실한 간호사를 만날 때면 정신과 병동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곳의 간호사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건지 문득 궁금하다. 일반병동뿐만 아니라 폐쇄병동 환자들을 매일 만나야 하는 이들에게 환자는 짐승보다 더 나은 존재일 수 있을까. 다만 그들이 환자를 믿지 못할수록 그들을 따돌릴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 성악설을 맹신하는 요나는 인간의 교묘한 지능을 발견하며 남몰래 흐뭇해하고 있다.


“요나님, 이제 일어나셔야죠. 잠은 저녁에 자요“

”네, 일어나겠습니다.”

요나는 순종적이고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초지일관 누워있는 요나를 간호사들이 번갈아가며 일으켜준다. 하루 세끼를 주고, 때마다 약을 챙겨주고, 건강을 체크하며, 늦지 않게 잠도 재워준다. 이를 은근히 즐기는 요나는 이곳이 호텔보다는 요양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른 환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죽고 싶어 하면서도 아픈 건 싫어하는 모순이 가득한 삶의 방식은 지극히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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