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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명록 May 08. 2023

병원에서 출근 준비하기

수명록 壽命錄

“몇 시에 나가실 거예요”

“글쎄요, 한 3~4시쯤?”

“1층에서 정산하시고 퇴원하시면 돼요”

“아, 네네”


일반적으로 기업은 신규 입사자에게 온보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온보딩(onboarding)이란 배에 탄다는 뜻으로 조직이라는 배에 타는 직원이 유능한 선원(조직원)이 되도록 돕는다는 의미이다. 신규 직원은 업무환경, 업무지식과 기술, 인간관계 등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많다. 퇴사할 때는 반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많다. 사직서 한 장이면 모든 관계, 자리, 환경으로부터 자유를 찾는다.


병원에 입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입원장을 받아 입원수속을 하고 CT부터 온갖 검사를 진행한다. 담당 주치의와 간호사가 정해지고 입원생활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매일 사방의 눈으로부터 감시를 받는다. 그러나 퇴원하는 환자는 식당에서 밥 먹는 손님처럼 계산만 하고 나가면 그만이다. 요나의 삶은 정산과 동시에 ‘환자’가 아니라 ‘회사원’으로 신분이 바뀐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와 질환의 정도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 회사로 출근하는 길 요나는 자기가 지킬 앤 하이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책 제목에서 처럼 모든 인간은 진짜 자신을 끝없이 찾고 있다. 회사에서 만나는 동료, 상사는 회사에서 보이는 모습만큼만 서로를 잘 알 뿐이다. 스스로도 사회적 자아를 진짜 자신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진짜 나의 얼굴,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해서 입원을 했고 출근도 한다. 이제부터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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