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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명록 May 23. 2023

나는 아직도 내가 낯설다

수명록

나는 남들과 아주 조금 달랐다. 부모님의 그늘이,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이 말해주었다. 장애나, 흉터도 아닌 단지 점일 뿐인 오타모반이 타인과는 구별되는 표식이었고, 타인의 불편한 시선들이 도리어 나를 낯설게 했다.


나에게는 딱히 불편함을 주지 않은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깜짝 놀라거나 혹은 눈을 피하거나 등의 반응을 유발했다. 그것을 보는 동안 그들의 표정안에 나를 가뒀다. 나에게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이 늘어났고 에너지는 고갈되어갔다.


매일 저녁 잠들 때면 내일은 깨끗한 얼굴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침에 일어나 기대에 부풀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면 거울에는 어제의 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매년이 지나서는 더 이상 기대도, 기도도 하지 않았다.


성장하면서 확연히 더 눈에 띄는 아이가 되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온갖 신기하고 이상해하는 시선들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 했다.


쉬는 시간에는 지옥문이 열린다.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웃고 떠들고 여기저기서 다른 반 아이들이 놀러 와도 나는 그저 자리에 앉아 그들을 티비보듯 볼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되지 않을 때는 엎드려 자는 척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복도를 걸어야 할 때면 힐끗대고 속삭이는 얼굴들을 억지로 외면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평범한 사람을 흉내내기에 바빴다. 도무지 나는 그들의 시선과 나의 고립된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춘기가 되자 얼굴의 표식은 나를 둘러싼 어떠한 장애물보다 더 높은 장벽이 되었다.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는 중학교 내내 나를 타이어라고 불렀다. 얼굴에 타이어가 지나간 자국처럼 멍이 들었다며 붙인 별명이었다.


스트레스로 견디다 못해 결국 부모님께 호소했고 학교에서 대면한 그와 그의 목사 아버지는 나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그는 풀이 죽어 조용했지만 천성이 얄궂은 캐릭터라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남녀공학을 졸업하자 그나마 나은 환경이 되었다. 함께 등하교를 하고 밥을 먹는 친구들이 생기자 견딜만했다. 그러나 그런 관계는 오래지 않았다. 무조건적 헌신이라는 내가 가진 모든 걸 내준 들 항상 불안했다.


나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압박감,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그것은 학창 시절 동안 지겹도록 나를 괴롭히고 나는 매일 거울 앞에 벌거벗은 채 서는 것처럼 내가 낯설고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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