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을 위한 도시락

by 안희정

느직느직 터벅터벅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겁다

마음에 짐이 또 쌓였다


짐을 조금씩 덜어 내며

삶 냄비에 푹푹 삶아본다


휘휘 저어가며 맘 졸였더니

고통과 아픔이 고아져 진하게 엉기었다


후후 홧김을 불고 무심코 한입 떠먹어봤다

끈끈한 진액이 들러붙어 영혼 깊이 번졌다

이대론 아무짝에도 못 쓰겠다

쓴맛을 가릴만한 게 없나 두리번두리번


사람 등쌀에 저쪽 구석으로 밀려난

별사탕이 있는 듯 없는 듯 반작였다

한 숟가락

지금도 나쁘지 않아

두 숟가락

그러면 뭐 어때

세 숟가락

내일은 좀 더 나을 거야

탁 탁 탁-탁

마지막 가루까지 털어 넣고

다시 허우적허우적 휘적휘적

드디어 완성


인생 여행길을 위한 도시락

이름하여

여기

행복도 있다

짐 대신 마음에 쑥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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