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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by 안희정

어쩌다 보니 태어났다.

어쩌다 보니 여성을 달았다.

어쩌다 보니 간호사가 되었다.

어쩌다 보니 간조가 만조와 결혼했다.

어쩌다 보니 수면에 비친 나를 낳았다.

어쩌다 보니 글이란 마음 연장을 가졌다.

어쩌다 보니 시절인연이 합한 날도 있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의 고요를 거친다.


살다 보니 사리를 만들도록 지내면 사리 때도 조금 때도 지나간다는 걸 알았다.

되돌아보니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늘 우연히 일어났다.

생각해 보니 모든 우연성을 연결해 준 다리는 나의 의지였다.

그러고 보니 삶은 우연과 의지의 돈독한 우의가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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