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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손의 마음

by 안희정

왼손의 독백

나는 날 때부터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어.

내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무얼 해도 어설프고 투박했지.

모든 일에 내 쌍둥이보다 뒤처졌어.

남에게 처음 인사할 때도 사람들은 너만 찾더라.

심지어 내가 악수를 같이했는데도 말이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네 앞에선 언제나 주눅이 들곤 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런 너를 부러워하는 것뿐

나는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일까.


오른손의 고백

글씨를 쓸 때면 슬그머니 다가와 종이를 눌러주던 너

머리를 감으려고 샴푸를 짜면 얼른 와서 받아주던 너

옷 단추를 끼울 때면 단춧구멍을 활짝 열어주던 너

내가 공격수라면 너는 수비수야.

우리만큼 완벽한 팀이 또 있을까?

형제인 네가 없었다면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견뎠을까?

할 수만 있다면 너에겐 뭐든지 해주고 싶어.

반짝이는 보석은 그런 너와 제일 잘 어울려.

너는 세상에서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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