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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Dec 10. 2023

‘글쓰기가 내게 준 변화’ - 2023년을 돌아보며

라라크루 송년회 백일장

작년 여름 시작했던 글쓰기가 올해는 출간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시간 동안 보잘것없었던 초고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수십 번의 연마 과정을 참아냈고, 수백 번 오르락내리락하던 마음을 꼭 잡고 힘든 여정에 탄 채 도착 때까지 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 선보인 책은 내게 가장 큰 기쁨인 동시에 슬픔이었다.  

   

그 양가감정에 빠져 글 쓰는 게 다시 어려워졌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언제는 내게 글을 쓰는 행위가 쉬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머릿속을 무질서하게 날아다니는 생각이란 새를 잡아 글로 변화시킨다는 건 귓가를 스쳐 가는 바람 소리를 하얀 도화지에 그려내는 작업이다. 분명히 매번 다르지만, 표현력의 한계는 다채로움을 단순함으로 만든다. 미세한 다름을 분류해서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이야말로 나란 존재를 한 발짝 멀리에서 보는 길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생각 정리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다. 그건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글쓰기를 계속 이어가려면 생각 정리만으로는 동력이 부족하다. 감정을 청소하면 순간의 쾌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결과물을 보면 금방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일기를 남에게 보이기 싫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글로 이뤄낸 결실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특별함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신만이 아닌 독자에게 이바지하려는 의도가 그것이다. 그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게 된다면 누구나 평생 글쓰기의 세상에서 살 수 있다.      


쓰기는 동시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글이라는 도구로 자신만의 창작을 완성한다는 건 결국 인생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출간은 그 속에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나는 내 책에서도 글을 인생의 비타민처럼 여기면서 쓰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2023년, 나의 작은 성취는 목표가 아닌 단지 방향이었을 뿐이라고. 글로 자신을 돌보고, 내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의 삶이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며, 언젠가 몸도 마음도 병들고 쇠약해져 내 세계가 나의 탄생만큼 작아지는 순간이 오면 그저 만족의 미소를 간직한 채 조용히 눈을 감는 소망을 가지게 된 것. 그것이 글쓰기가 내게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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