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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Dec 30. 2023

자아의 날개

1. 오늘의 문장     


 그러나 나는 같은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 순간 알고 있었다. 내가 그때까지 해 온 모든 노력, 몇 년 동안 해온 모든 공부는 바로 이 특권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준 것 이상의 진실을 보고 경험하고, 그 진실들을 사용해 내 정신을 구축할 수 있는 특권, 나는 수많은 생각과 수많은 역사와 수많은 시각들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스스로 자신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믿게 됐다. 지금 굴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쟁에 한번 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내 정신의 소유권을 잃는다는 의미였다.      

출처. <배움의 발견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2. 문장에서 시작된 내 생각의 확장    

 

기억 속의 엄마는 언제나 완벽했다. ‘사람’이라는 단어에 ‘엄마’를 포함하기에 엄마는 너무나 거대했다. 신적 존재가 하는 말은 언제나 절대적이었다. 사소한 불평을 한 적은 있었어도 거의 모든 일에 엄마의 말을 거역한 적은 없었다.      


마냥 순종적인 아이로 클 줄 알았던 내게 딴생각의 바람을 심어준 건 소설이었다. 활자가 활개 치는 책장을 넘기면 상상도 날개를 함께 펼쳤다. 하나의 소설에는 하나의 세상이 담겨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현재에서 분리되어 책 속 세상을 마음껏 날아다녔다. 그건 그 소설을 보기 이전이라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별세계였다. 책을 덮은 후에도 어떤 문장은 몸에 새겨진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데미안>. 헤르만 헤세      


그때는 몰랐지만, 십 대의 나는 글자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먹으며 홀로 서는 시기에 대비했다. 사회에서도 수없이 부딪히고 깨질 때마다 나를 지탱해 줄 단단한 문장을 찾아 나섰다. 글로 쌓아 올린 생각의 탑이 견고해지자 비로소 엄마를 신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뿌리는 부모였지만, 자아에 날개를 달아준 건 내가 선택했던 책이었다.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 공부]_2023.12.29     


⭕참여 방법: [오늘의 문장]을 보고 [나의 문장]을 만듭니다.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끌리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나만의 표현으로 만들어보세요. (단, 타인의 문장을 따라서 쓰는 건 피하시기 바랍니다) 비슷한 주제로 새로운 글을 써보셔도 좋습니다. 


#라라크루#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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