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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Dec 23. 2023

네 번째 별에서 떠나다

1. 오늘의 문장      

 의미를 찾는 일은 단순히 철학적 탐구가 아니다. 자주 이야기되는 것처럼, 또는 내가 대학에서 생각한 것처럼 의미는 자기 안에서, 자신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대개 다른 사람들 안에서 찾을 수 있다. 타인에게 관심을 쏟음으로써 우리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유대감이라는 기둥을 세운다. 자신의 삶 안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면 우선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출처.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 –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 지음/ 김경영 옮김  


2. 문장에서 시작된 내 생각의 확장     


지독한 외로움에 빠진 채 살았던 적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서도 늘 혼자였다. 나를 알아줄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다. 그러면서도 노래 ‘샤이닝’의 가사처럼 가난한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을 갈구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얼마나 심각한 헛꿈에 사로잡혀있었던가. 인간의 내면은 너무나 깊고 어둡기에 누구도 한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포용할 수 없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그렇다.     


엉뚱하게도, 삶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한 건 글을 쓰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마음을 글로 다독이는 그 시간이 그저 좋았다. 세상과 잠시 분리되었던 순간. 책상에 앉아서 때로는 머뭇거리며, 가끔은 쉴 새 없이, 어떤 때는 가슴이 후련해지도록 글로 자신을 쏟아버렸던 나날들이 늘어났다. 후련했다. 한동안 그 흥분에 취해서 글 속에 숨어 살았다. 그건 달콤하고 포근한 찰나였다. 어느 순간이 되자 그 기분을 좀 더 길게 느끼고 싶었다. 마침내, 내 속의 무언가가 그 이상을 요구했다.     


이윽고 나는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나처럼 글로 삶을 붙잡고 있는 위태로운 영혼들이 보였다. 평생을 어린 왕자가 네 번째 들렀던 별에 살고 있었던 나였다. 이 별에서는 당연히 성별이 무엇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재산은 얼마나 있는지가 타인을 알아가는 데에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이 가진 숫자 전부를 알 필요가 없었다. 단지 글에 담긴 마음이 진실하면 나를 쥐고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사람도 예전의 나처럼 힘들구나.

이 사람은 자신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구나.

이 사람은 내게 손을 잡아달라고 하는구나.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이들에게 끌렸다. 영혼의 친구를 발견한 것 같아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구름 위에서 뛰어노는 꿈처럼 타인의 글에 마음이 몽실몽실해졌다. 나도 그들에게 글로 마음을 주었다. 관계의 시작은 사소했지만, 그들과 연결성 깊어질수록 점점 사는 맛을 느꼈다. 그건 삶의 ‘의미’보다 더 중요한 삶을 지탱해 주는 서로에 대한 ‘응원’이었다.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 공부]_2023.12.22


⭕참여 방법: [오늘의 문장]을 보고 [나의 문장]을 만듭니다.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끌리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나만의 표현으로 만들어보세요. (단, 타인의 문장을 따라서 쓰는 건 피하시기 바랍니다) 비슷한 주제로 새로운 글을 써보셔도 좋습니다.          


#라라크루 #오늘의문장 #글로빛나는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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