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비의 마음 색

by 안희정

속을 알 수 없는 잿빛 하늘이 모든 땅을 감싸면

빗방울이 참방참방 떨어져 사방으로 번져나가고

거리를 방랑하던 모든 색은 잠잠히 내려앉아요.

빗물에 녹아내리는 도시의 불빛, 자동차 헤드라이트

발그스름 푸르스름 노르스름 빛의 술이 술렁거려요.

아무렇지 않은 척 마지막 이파리까지 떠나보내는

가로수의 안색은 파리하다 못해 여위었네요.


겨울비가 눈보다 쌀쌀맞다고 생각했는데

겨울비는 눈보다 쓸쓸 맞은 것뿐이네요.


겨울비는 시려요.

시리도록 여려요.

여리도록 아파요.

아프도록 설어요.

설익어서 슬퍼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