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침 뚜벅뚜벅 걷는 소리 활기찬 새벽
부지런히 책상에 다가가 불을 밝히면
여기저기에 널려있던 못다 읽은 책들이
간절한 이름으로 읽어달라 밀려온다.
막 들어와 반질반질 신수가 훤한 책
읽다가 접힌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책
팝업 필름지 주렁주렁 매달고 출세한 책
나이 들어 살갗이 누렇게 뜬 책
명랑한 그림으로 무장한 아이의 책까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창의력과 상상력
인간 심리와 관계
트렌드와 자기 계발
가진 전부를 주겠다는 에누리 없는 장사
무심한 얼굴 뒤로 쏟아지는 고민에
손은 오늘도 단골 책으로 달려간다.
뜨끈한 국물 같은 문장에 속을 달래고
밤새 꿈에 취했던 마음 일으키고.
다가오는 오늘을 새롭게 준비해야지.
시계 침 토닥토닥 두드리는 소리도 사라진 새벽
우두커니 책 너머 세상에 머리를 밝혔더니
여기저기에 박혀있던 보석 같은 글들이
봄날의 벚꽃처럼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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