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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Feb 13. 2024

밤 화면을 켜면

외로운 달 하나 덩그러니 고정된 밤

당신을 그리워했던 내가 그리워져요     


캄캄한 하늘 배경 위로

기억 켠 화면에는

힘없이 떨궈진 두 손

매몰찬 당신의 등

원망의 입김 따위

깜빡거리는 단편의 조각만이     


사랑과 집착에 구분 없던 그 시절

당신을 보던 내가 가끔 생각이 나요     


계속 되풀이되는 장면 속에

다른 대사는 있을 수가 없네요

그날의 모질었던 온도

지독히 눈부셨던 햇살

한없이 작아지던 자아

목소리는 사라져도 말은 또렷하죠     


초라하게 흔들렸던 지난날로 들어가면

정지되었던 필름은 되감기네요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은 지났는데

그때의 슬픔은 왜 아직 머물러있을까요

습관처럼 기억 안쪽에 앉으면

아득한 촉감이 가없이 서글퍼

누군가가 꺼줬으면 좋으련만     


헤아릴 수 없는 어둠이 쏟아지는 밤에는

고개 숙여 울던 어린 나를 안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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