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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Dec 28. 2023

냉장고 소리

모두 잠든 밤의 중앙광장

위이잉 위이잉

홀로 신음하는 냉장고 소리    

 

한 서린 귀신이 서글피 울고 있나

겨울바람이 외로워 숨어들었나

밤에 취한 나방이 비틀거리나

     

눈이 감길수록 귀는 더 뜨이고

상상 공장의 떠들썩한 가동 소리에

그 시절 소녀가 되어버린 난 덜컥 겁이 나서     


머리카락 보일라

이불을 꽁꽁 덮고

방어막 주문을 걸고

이제는 안전하다고

    

밤의 존재들이 나를 발견할까 봐

소름 돋는 소리도 들키지 않으려고

눈물방울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내뱉는 숨조차 가만히 새어 나와     


고요를 깨는 몸의 긴장

살금살금 털어내고

생각 소나기 맞았던 밤을 뒤로하고

슬그머니 적막으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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