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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Jan 29. 2024

한계 따윈 털어버리자.

1. 오늘의 문장     


“시수sisu라는 핀란드어가 있다.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느낀 뒤에도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정신력을 뜻한다. 나는 이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사실은 그때 막 시작된 거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렇다. 성공하려면 한계까지 반드시 가야 한다. 한계점에 도착하면 거기서 한 걸음 더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세계 최고 멘토들의 인생 수업- 팀 페리스 지음     


2. 문장과 연결된 내 삶의 이야기     


점심을 제대로 챙길 새도 없이 종일 일했다. 고단해도 일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면 좋은데 마지막 정리를 하다가 내가 한 업무 실수를 발견했다. 어깨에 차곡차곡 쌓인 피로보다 실수에 대한 자괴감이 나를 버겁도록 짓눌렀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정신적 고달픔이 뒤따랐다. 나이가 들수록 일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사라진다. 어김없이 퇴사와 이후의 삶을 그렸다. 상상력에 발목을 잡는 건 언제나 월급 다음날이면 바닥을 드러내는 통장 잔액이다. 상상의 날개는 시리도록 차가운 현실의 창살 앞에 의미 없는 푸드덕거림을 멈추었다.      


우울한 마음으로 퇴근길에 나섰다. 여느 때처럼 운동하기 위해 헬스장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바람은 또 왜 이리 매서운지. 그냥 집에 가서 따끈한 국물에 밥이나 말아서 먹고 싶다. 아니 스트레스받는 날엔 치맥이 딱 어울린다. 머릿속으로 헬스장에 가지 말아야 할 오만가지 이유를 떠올렸다. 그 생각을 하면서도 다리가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운동은 헬스장까지 가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말이 떠올랐다. 제일 힘든 과정을 거쳤으니 이미 반은 성공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묵묵히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시작했다. 스쾃(squat) 한 세트를 끝낼 때마다 괜히 휴대전화를 열어 인터넷 공간을 뒤적거렸다.

.

“뭐 해? 운동하러 왔으면 운동해야지. 마침 나도 오늘따라 운동하기 싫은데 같이 할래?”      

고개를 들어보니 매일 서로 인사하는 운동 메이트 언니였다. 보디빌딩 대회 그랑프리를 차치한 그녀에게 일대일 코칭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늘 오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오늘처럼 운동하기 싫은 날 그녀는 마치 구세주 같았다. 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언니가 먼저 바벨을 들고 스쾃을 시작했다. 곧 내 차례가 돌아왔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중량 원판을 끼고 했음에도,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후들거렸다. 20회를 다 못 채우고 바벨을 내려놓았다.      


“어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잘 안되네. 근육이 이미 털렸어. 여기까지가 내 한계인가 봐.”

언니가 한심한 듯 쳐다보며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 넌 근육이 털린 게 아니라 정신이 털렸어. 다시 제대로 해봐.”

정신이 털렸다니. 반박할 수 없는 진실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한계를 정하는 건 언제나 자신이야. 다시 해보자.’

숨을 가다듬고 두 번째 세트를 시작했다.

“ 열여덟. 열아홉. 조금만 더…. 스…. 물. 잘했어! 거봐. 되잖아?”

“ 그래. 되네. 진짜 되네. 언니 말이 맞았어.”     


오늘은 운동만이 아니라 흔들린 정신까지 잡아준 언니에게 신세를 졌다. 그래, 인생도 운동처럼 마인드 컨트롤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내일도 할 수 있다.



○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 스터디]_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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