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문장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 5년이 지났다. 무소음 탁상시계의 초침처럼 느릿하게 기어가던 글쓰기가 익숙한 일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을 눌러 꾸역꾸역 써 왔기 때문이리라. 시간은 한없이 느리지만 한편으론 빠르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 느릿느릿 천천히 가는 여정일 뿐이다.
출처.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권수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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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장에서 확장된 나의 마음
여태까지 ‘완성’의 의미를 ‘끝’이라는 말과 결부시켰다. 레이스의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한 권의 책이란 목표로 쉼 없이 달렸다. ‘저 선만 넘으면 끝나겠지? 책이라는 결과를 내 손으로 직접 만지면 얼마나 좋을까? 다 끝나면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지.’
강력한 진통제를 주입하듯 머릿속에 이후에 찾아올 만족으로 꽉꽉 채웠다. 무거운 속도를 견디며 터벅터벅 걸어서 결승선을 넘었다. 하나의, 완성을 이루었다.
결과는?
기쁘고 슬펐다.
행복하고 허무했다.
안도하고 근심했다.
책의 완성은 인생의 완성이 아니었다. 근본적인 물음이 찾아왔다. 나는 책을 내려고 글을 썼던 것이었나? 아니라고. 정말 아니었다고. 그저 글 쓰는 게 좋아서 시작했던 거라고. 고요 속의 외침이 들렸다. 인생은 끊임없는 수정과 완성, 미완성과 변경의 원이다. 말만 다를 뿐 미완성도 덜 된 상태의 마무리다. 끝맺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내가 해낸 모든 완성을 자아보다 작게 만들어야겠다. 완성이라는 말에 갇히지 말자. 행복은 무언가를 이룬 후가 아니라 이루어내려는 요소에 있다. 나는 책이 아닌 글의 길을 걸어가련다.
○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 스터디]_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