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복한 일이 있으셨나요? 그럼 무엇 때문에 행복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요 며칠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질을 멈추었고, 낮에 일하다가도 멍하니 모니터를 응시하고 행복을 찾는 길로 빠져버렸다. 답답한 마음을 간직한 채 퇴근길 하늘을 올려다본 날도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이 직장에서 종일 들고 다녔던 긴장을 내려놓게 했다. 그것은 행복보다는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행복 찾기에 실패했음을 고백한다. 행복은 TV만 켜면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영화가 아니었다. 아무리 찾으려 해 봐도 행복이 멋진 모습을 갖추고 눈앞에 등장하지 않았다.
소위 소소한 행복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퇴근 후 아이를 꼭 껴안았을 때라든지. 세탁한 여름 이불의 가슬가슬한 감촉을 느끼며 잠자리에 누웠을 때.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고 아직은 아삭함을 겸비한 햇살을 듬뿍 마셨을 때처럼 작은 행복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그런 순간들은 잡아채서 글로 담기에는 너무 빨리 가슴에서 휘발되었다. 노안이 생긴 눈으로 힘주어 찌푸려봐도 초점이 맞지 않는 글자처럼 행복은 막연하고 흐리기만 했다.
대신 하루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시간이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일상에 대한 의욕까지 약해진 탓일까. 이상하게도 이번 주에는 감정의 기복조차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작은 행복을 많이 경험하는 것이 긍정적인 삶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람마다 찾는 행복의 종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지금 내가 찾으려는 행복은 아담한 정원에 작은 흰나비가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그런 순간이 아니다. 무언가 좀 더 넓고 깊은 의미가 있는 행복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고 큰돈을 벌거나 사회에서 인정받는 성공 같은 가시적이고 확실한 성과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구하려는 행복은 꼭 즐겁거나 기쁘지 않아도 내 삶에 가치를 더했다고 여겨지는 순간이다. 그 말은 동시에 최근 내 일상에서 욕망하는 마음이 사라졌다는 의미와 동일시된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들려면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목적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추어 현재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목적의 부재에서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단조로운 삶에 갇혀 매일 의미 없이 일상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나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야 할까? 그것이 비록 오늘 행복한 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정의하는 진짜 의미 있는 행복을 찾는 길이라면 주저 없이 그 일에 뛰어들고 싶다.
삶은 어차피 불안정하다. 오늘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고, 주말에 외식할 수 있다고 해서 영원히 그렇게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갑자기 일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이 찾아온다면, 당장 다음 달 통장에서 빠져나가야 할 돈을 걱정해야 한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만약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현재에 안주한다면, 곧 적자 운영으로 돌아설 테고 결국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는 건 자연 현상과 같은 흐름이다.
지금에 만족해서 오늘의 행복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쓸데없는 유튜브 영상에 히죽거리며 아까운 시간을 죽이면 후회만 생겨난다. 돌이켜보면 행복은 과거형이 가장 완벽했다. 언제나 내 가슴을 강하게 울렸던 말은 ‘이게 행복이다’라는 표현보다 ‘그건 행복이었다’였다. 행복도 시간이 지난 뒤 정리해야 더 선명히 보이는 감정이라 여긴다.
변하고 싶다. 먼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나는 꽤 행복한 삶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다면 족하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제 발로 생각을 쥐어짜며 불행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수요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