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를 먹은 죄.

by 안희정
여도지죄(餘桃之罪) :

옛날 위나라에 왕에게 총애받던 아름다운 '미자하'라는 소년이 있었다. 미자하는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연락을 받자 허락 없이 왕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당시 왕의 허락 없이 왕의 수레를 타는 사람은 발을 자르는 벌을 받게 되어 있었으나 왕은 미자하의 효심을 칭찬하며 벌을 내리지 않았다. 또 한 번은 미자하가 왕과 과수원에서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미자하는 복숭아를 하나 따서 한 입 먹어보더니, 먹던 복숭아를 왕께 바쳤다. 신하들은 그의 행동에 경악했으나 왕은 그 맛있는 것을 다 먹지도 않고 자신에게 바친 마음이 갸륵하다며 기뻐하였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아름다움이 빛을 잃자 왕은 그를 예전처럼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자하는 작은 죄를 지었다. 위나라 왕은 지난 일을 떠올리면 말했다. "이놈은 옛날에 허락 없이 내 수레를 탔고,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먹였다. 그러니 큰 벌을 내려라." 예전이라면 용서받고도 남을 일로 미자하는 무거운 벌을 받게 되었다.


"엄마, 퀴~~~~~즈!"


오늘도 아침 출근을 위해 집 밖을 나서려고 하는데 그녀가 어디선가 달려와 두 팔을 활짝 벌리고는 내 앞을 가로막으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 < 이야기로 지혜를 엮는 EQ 고사성어>라는 책을 한 권 사서 딸아이와 자기 전 고사성어를 하나씩 읽어주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이후로 아침마다 나를 막아서고는 고사성어 퀴즈를 내라며 성화다.

이렇게만 보면 우리 아이가 학구열이 아주 드높은 아이처럼 잘못 보일 수 있는데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미리 말한다.

그녀는 그냥 나를 막는데 재미가 들렸다.


"엄마, 퀴~~~ 즈!"

어김없이 그때가 다가왔다.

나는 비장하게 생각해둔 고사성어를 말했다.

나: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인 죄라는 뜻으로 사랑을 받던 것이 사랑을 잃으면 도리어 죄를 부르는 원인이 된다는 말은?"

그녀 "힌. 트."

나: "같은 행동도 사랑받을 때와 미움받을 때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녀: "힌. 트."

나: "... 여..."

그녀: "앗, 여도지죄!"

나: "딩동댕.

그녀: "힛, 오늘도 맞췄다."

나: "아니,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뜻을 정말 아는 게 중요한 거지. 같은 말이나 행동을 했는데 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해?"

그녀:"음... 그거야, 사람의 마음은 변하니까."


그녀는 신이 내게 내려주신 선물이 틀림없다.

나는 그 순간 그녀를 통해 진리를 발견했다.


사람의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다.


며칠 전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가 부력처럼 생각의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예전에 그녀는 함께 일하는 직원이 참 사려 깊게 말한다며 저만한 사람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날은 같은 사람을 두고 그는 말이 너무 많아 참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했다.

사람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상대는 변함없는데 내 마음이 변하면 상대가 변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직장의 윗분 중 한 분도 내게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 봤을 때의 나는 수줍고 말을 잘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이죽거리며 잘 받아친다고. 몇 년 새 엄청나게 변했다고.

그때는 그 말을 그냥 웃으며 넘겼었는데, 생각해 보면 내가 변했다기보다는 시간의 흐름이 주는 익숙함으로 인해 그 사람의 나에 대한 생각이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변심하는 상대에 끊임없이 맞추며 살아야 할까?
아니면 변치 않고 초연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유지하며 살아야 할까?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 욕구'가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나 선생님, 친구들에게까지 인정받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랐으며 특히 개인의 가치보다 집단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동양 문화권에서 자란 우리는 내 생각을 내세우기보다 집단의 신념을 따라감으로써 최대한 튀지(?) 않고 살아가도록 프로그램화되어있다. 심지어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존감까지도 일정 부분은 외부의 평가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대한 내 의견은 시시각각 변하는 타인의 생각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살고 싶다이다.

어차피 특정한 한 사람을 위해 나를 맞춘다고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길도, 영원히 사랑받는 길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에 너무 끌려가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는 그냥 내가 되겠다고.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겠다고.

내가 되고 싶은 미래가 되겠다고 결연하게 다짐해본다.

출처 <이야기로 지혜를 엮는 EQ 고사성어> 구성 그림 이동호/ 글 도움 강주현. 바른사
한 줄 요약 : 어차피 사람의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타인의 생각에 끌려가지 말고 나는 내 길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