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희정 Sep 27. 2022

마음의 겨울나기는 사람 난로로.

길을 걷던 중 길가에 세워진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하얀 바탕에 빨간 글씨로 'we are open!'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돌연 그 간판의 문장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문을 열었다는 말은 마치 내게 마음의 문을 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만 같았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기 쉽지 않으며, 친밀한 인간관계를 쌓기도 어렵다. 살면서 관계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을수록 타인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살게 된다. 어쩌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려는 사람이 있다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의심의 눈초리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본인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접근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만난 사이와는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기 어렵고, 일로 만나는 동료가 없는 주부라 하더라도 아이를 매개체로 다른 학부모와 적당한 불편함이 있는 어정쩡한 관계를 맺는다. 때로는 친구나 가족같이 가장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기도 한다. 살면서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만큼 힘든 것이 없으며, 갈등이 심각한 경우에는 그로 인해 모든 사람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도 한다.     


그런데도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조금은 용기를 내어 마음의 문을 열고 타인과 긴밀하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의 역사를 함께한 친구와 깊은 관계를 지속하며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며, 현재의 관심사나 상황에 따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교감을 나누는 것도 매우 좋다.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보다 현재 내 옆에서 나의 힘든 상황을 보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상대로부터 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즉 상황에 따라 나오는 내 안에 있는 여러 모습에 따라 알맞은 상대를 찾아 마음을 나누면 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은 언제나 있다. 공감해줄 수 있는 가능성의 사람을 찾아 새로운 관계를 만들다 보면 나와 맞는 사람도,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날까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왜 맨날 이 모양이냐고 한탄하며 살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힘들 때마다 독서 모임 친구들에게 힘든 마음을 토로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새벽 기상 모임을 시작한 이후로는 아침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나누며 긍정의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혹여 누가 요새 몸이 무겁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는 말을 꺼내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 그렇다며, 함께 도전하지 않았다면 여태껏 이렇게 새벽에 일어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올해 글을 쓰며 시작된 인연들도 내게는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글로 시작된 교감은 단순히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준 것뿐만 아니라 설레는 만남을 할 수 있는 진짜 친구를 가져다주었다.     


며칠 전에는 글쓰기 모임 사람들에게 글 쓰는 게 너무 어렵다고 투정을 부렸었다. 그러자 일제히 입을 모아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다며 동조해 주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런 감정을 겪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았다. 그중에는 이런 말을 해준 이도 있었다. "연휴에 에버랜드에서 T익스프레스라는 진짜 높은 롤러코스터가 멈췄대요. 아마 쭉쭉 올라가셔서 롤러코스터의 가장 최고점에 계신 중일 거예요. 위에 계신 줄로 모르고 있는지도 몰라요. 늘 파이팅이에요!"

     

그 말에 눈물이 빙글 돌았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말이 그대로 가슴으로 들어와 엷은 먹물이 화선지에 번지듯 가슴 전체로 훈훈하게 퍼져 들었다.(구자 작가님 사랑해요)

힘들고, 아프고, 슬플 때 처음에는 혼자서 그 마음을 인식하고 어느 정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혹시 상처받을까 두려워 잔뜩 웅크리고 세상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있다면 용감하게 다시 어깨를 펴고 가슴을 열어라.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을 만나라. 그 사람은 자신의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사람 난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작가의 이전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선물의 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