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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Nov 20. 2022

단짝이 없는 아이. 문제일까?(1)

얼마 전 딸아이 학교 담임선생님과의 전화상담이 있었다. 나는 미리 평일 중에서 화요일, 퇴근 전 잠깐 여유가 있는 오후 4시로 전화 상담 시간을 신청했었다. 코로나 시대 이후 학부모는 담임선생님을 볼 기회가 거의 없다.


게다가 아이의 원래 담임 선생님이 몇 달 전 갑자기 타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발령받아 떠난 후 학기 중 젊은 남자 선생님으로 바뀌었다는 말만 들었을 뿐 새 선생님에 대해 아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곧 있을 선생님과의 첫 비대면 상담에 무슨 대화를 해야 할지 살짝 긴장하며 전화를 기다렸다.


4시가 좀 넘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담임입니다." 젊고 생기 있는 남자의 친절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나는 간단하게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고 딸의 학교생활에 대한 근황을 물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딸아이가 밝고 쾌활하여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으며 가끔 수업 중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는 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외동딸이라 집에서는 천방지축인데 학교에서도 그런지, 혹시 교우관계는 괜찮은지 재차 물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워낙 친구들하고 잘 지내서 특별히 걱정할 건 없습니다. 다만 어머님께서 많이 궁금해하시니 굳이 하나를 꼽자면 뭐랄까... 딱히 단짝이라고 부를만한 아이는 없습니다. 이게 남자아이라면 그냥 성격 좋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데 여자아이는 4학년 시기쯤 되면 단짝이 생기거나, 친한 그룹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특별히 더 친한 친구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크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지만요.”


선생님과의 전화를 끊은 후 아이에게 단짝이 없는 게 혹여 내 탓은 아닐까 하고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간 일을 핑계로 학교에 방문한 적도 없고, 학부모 운영위원회나 이렇다 할 학부모 모임 한 번 가본 적이 없어 나는 학교에 아는 엄마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아이 친구 하나 못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날 저녁 딸의 눈치를 살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친한 친구가 있냐고 물었다. 딸은 몇몇 아이의 이름을 대었다. 나는 딸에게 언제 주말에 친구들을 한번 초대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퇴근해 집에 온 남편에게 아이 몰래 담임과의 전화상담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당장 아이의 핸드폰부터 바꿔주자고 했다.


그간 키즈폰을 쓰는 딸이 반에서 아직도 키즈폰을 쓰는 애는 자기 이외에 딱 한 친구밖에 없어서 창피하다고 말해왔지만, 굳이 바꿔줄 필요를 느끼지 않아 여태 키즈폰을 사용하게 두었는데, 남편은 혹시 그것도 아이의 교우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걱정했다. 나는 이번에는 두말하지 않고 동의했고, 며칠 뒤 바로 아이의 핸드폰을 신형 핸드폰으로 바꿔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단순한 엄마는 걱정을 기억에서 서서히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막냇동생이 아들을 데리고 놀러 왔다.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는 어릴 적부터 사촌 누나인 딸을 잘 따랐다. 둘은 함께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고 곧 딸 방으로 같이 들어가 놀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뭘 하며 노는지 궁금해서 방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불쑥 집어넣으며 아이들을 살폈다. 그러자 딸이 나를 보고 마침 잘 왔다며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엄마 얘 상담 좀 해줘. 얘가 나한테 말했는데 나보다는 엄마가 들어주는 게 좋겠어." 나는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들어가며 조카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조카는 예전에 학교 친구에게 욕을 들었는데 아주 기분이 나빴고 자꾸 기억난다고 했다. 나는 언제 그랬는지, 그 친구가 욕을 왜 했는지 다시 물었다. 조카는 작년에 있었던 일이라 왜 그랬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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