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주마등
오빠 우리 그만 헤어져
남자는 갑작스러운 여자의 말에 당황했다.
얼마 전부터 낌새가 좋지는 않았던걸 느꼈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그런데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몸과 머리가 모두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나올 단어는 하나였다.
왜?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왜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더욱 당황했다.
굳이 대답까지 듣고 싶었던 건 아닌데 이제 와서 왜 물었을까
오빠는 감동이 없어
감동? 감동이라고? 어떤 감동을 말하는 거지?
남자는 여자가 말하는 감동이 어떤 건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감동의 뜻을 알고 싶었다.
네가 생각하는 감동이 뭔데?
그런 거 있잖아 뭔가 가슴 뭉클해지고 짠해지면서 감격적인 거
서프라이즈나 이벤트도 한 번 없고
내 친구 남자친구는 그 친구가 지나가면서 이야기한 음식점 예약하려고 5시간을 그 앞에서 기다렸데
그리고 다른 친구도 남자친구가 주말 데이트 때마다 아네모네 꽃을 사서 준다고 하고
이거 봐 오빠한테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고, 나를 도대체 이해하지를 않으니 감동을 줄 수 있겠어?
감동이 그런 것인가? 남자도 억울함에 치사하지만 생각을 쥐어짜며 항변을 시작했다.
너 아플 때 내가 새벽에 온 시내를 돌아다니며 약을 구했었는데?
다음날도 그다음 달도 한 일주일은 우리 집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아침마다 태워서 출근시켜 줬던 것 같은데?
너희 부모님 시골에서 갑자기 올라오셔서 묵으실 곳이 없어서 미안해하실까 봐 에어비앤비로 방 구한 척하고 내 방 비워드리고 나는 일주일을 찜질방에서 살았었는데?
그거랑 내가 말한 거랑 같아?
남자에게 감동이란 커다란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드러눕다시피 해서 떼를 쓰며 받아낸 생일선물
최신형 마이마이 카세트를 선물 받고 귀에 이어폰을 꽂았을 때
이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거지라고 하늘과 주변을 동시에 둘러보며 어리둥절했었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천사들이 나를 향해서만 노래하는 듯, 온몸에 울리는 노랫소리가 감동이었고
어린 시절 쌀집을 운영하시던 어머니가 비실비실한 길고양이 한 마리에게
박스 하나와 버리는 이불로 집으로 만들어주고 밥도 챙겨주었는데
이 녀석이 아침마다 다리를 부비며 야옹 거리더니
어느 날은 쌀집의 쥐를 잡아서 문 앞에다가 잡아서 늘어놓고는
출근하는 어머니에게 뿌듯한 표정으로 자랑하던 일이 감동이었다.
여자의 감동의 부재는 남자에게 감동의 차이를 불러왔고
여자와 남자의 감동은 다른 의미로 존재하지만 서로에 대한 감동은 여전히 부재중이다.
서로의 헤어짐의 이유는 감동의 부재. 그거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