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부족한 유형
요즘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자존감이다. 그래서일까. 주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존감을 막연하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자존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자존감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자존감이란 눈에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실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 의한 자존감이란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자신 내부의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적인 의식’을 말한다. 즉 쉽게 이야기하면 타인의 평가나 태도에 따라 나의 존재 가치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신을 가치 있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행동하지 못하고 타인의 반응, 평가 그리고 환경에 과한 반응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이 관계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타인과 환경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의 유형 중 첫 번째 유형은 완벽주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얼핏 보면 완벽주의는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일을 맡기면 일처리에 실수가 없으며 업무 상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완벽주의의 근원은 바로 타인에 대한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낮은 자존감에 원인이 있다. 그들은 타인에게 지적을 받고 질타를 받는 것이 매우 두려운 나머지 자신이 맡은 일을 아주 꼼꼼하고 계획적으로 처리한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을 치밀하고 단단하게 무장을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혹사시키고, 간혹 실수가 있을 경우 심하게 자책한다.
이렇게 완벽주의가 있는 사람들은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일이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관계는 그렇지 않다. 가끔 실수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완벽주의의 관점에서는 관계의 실수와 상처는 용납할 수 없다. 결국 이들은 관계에 있어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작은 갈등이나 시련이 닥치면 회피를 하게 되고 관계를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간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큰 문제라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거나 멀리함으로써 관계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소한 갈등을 용납할 수 없고 두려워하여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두 번째 유형은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많은 사람들이다.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 중 하나이지만 실제로도 흔히 존재하는 유형이다. 나 또한 주변에서 많이 경험했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시기와 질투로 소위 말하는 잘난 사람들을 헐뜯고 비방한다. 이들은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능력이 좋으면 상대를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또한 업무 상 훌륭한 성과를 낸 동료 직원을 보고 진정으로 축하해주기보다는 속으로 매우 배 아파하며 뒤로는 험담을 일삼는다.
질투와 시기의 늪으로 자기 자신을 빠뜨리는 사람들 역시 인간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모든 사람을 질투와 시기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를 맺었다가도 언제 돌변하여 상대를 공격할지 모른다. 겉으로는 맞장구를 쳐줄지 몰라도 속으로는 '자신도 저 사람에게 험담을 당하진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 및 험담을 일삼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싶지 않아 한다.
그들이 시기심이 심한 이유는 바로 타인과 비교를 습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보기보다는 타인의 장점에 눈을 돌리고 그것에 집중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기와 질투심이 타오르는 것이다. 결국 이는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교, 시기, 질투의 수렁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세 번째 유형은 매사 불평과 불만을 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한 단점만 보고 불평을 늘어놓는다면 이 또한 자존감이 낮은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잘못된 점들만 찾으며 늘어놓는다.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을 매우 피곤하게 생각한다. 불평과 불평에 따른 질책을 듣고 있자면 자기 자신도 금방 그 부정적인 기운 속에 빠져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불평을 하다 보면 스스로 점점 그 불평에 갇히게 된다. 불평은 해봤자 불평으로 끝난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바뀌고 싶다면 행동으로 나서야 하는데 세 번째 유형의 특징은 말만 많고 실행력은 부족하다.
불평이 많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뜻이다. 세상일이란 자신의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주변 환경에 일희일비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진정으로 자신을 귀하게 돌보지 못하는 태도이다. 우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에 맞게 극복하고 변화시켜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네 번째 유형은 타인의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반응하여 촉각을 곤두세운다. 분명 자신이 맞는 부분도 있을법한데 네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타인이 궤변을 늘어놓아도 궤변에 속아 넘어간다. 간단히 말해 주체성이 부족하다. 자기 자신을 좀 더 강하게 단련시키지 못하고 타인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머지 조금만 나쁜 소리를 들어도 매우 걱정한다. 반대로 이러한 사람들은 세 번째 유형과는 다르게 타인에 대한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주변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장해야 할 때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이러한 유형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섯 번째 유형은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들이다. 무조건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을 나쁘게 볼 것을 두려워한다.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행과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 빠져 행동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타인도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후자는 나 스스로가 나를 사랑하기보단 타인에게서 사랑을 받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된 특징 중 하나는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모든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다. 그런데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들은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에 엄청난 어려움을 느끼며, 혹여 들어주지 못할 때는 심하게 자책하며 그 사람이 나를 나쁘게 생각할까 걱정하기도 한다.
위의 다섯 가지 유형 이외에도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제일 중요한 사실은 자신만의 긍정적이고 옳은 신념으로 스스로를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나 자신을 말이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생활을 바삐 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존재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나의 존재를 잊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나의 존재를 잊은 채 살아가는 것만큼 무의미하고 허무한 일도 없다. 이 세상이 의미가 있는 것은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보다도 훨씬 귀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기 전에 자존감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 자존감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존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이를 깊이 깨닫는다면 내 안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심리적 상처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모두 고유한 가치가 있다. 한 사람의 성격을 보더라도 A라는 사람은 그 성격에 대해 까칠하다 평가 내릴 수 있지만 B라는 사람이 보기에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성격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인생에서는 정확하게 좋고 나쁜 것은 존재할 수 없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지양해야겠지만 꼭 이것이 좋고, 이것이 나쁘다는 법칙은 없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기며 처한 상황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