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아닌 자존감 기르기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존감은 낮은 경향이 있다. 자존심과 자존감 모두 자신을 귀히 여기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자존심의 사전적 정의는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앞에서 언급한 자존감의 정의는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외부가 아닌 자신 내부의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의식이다.
현대인들은 겉으로는 자기 자신을 무척 소중히 여긴다. 자신의 털끝만큼이라도 피해를 입게 되는 일을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이기주의와 지나친 자기애가 만연한 현대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타인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비방하면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이러한 모습은 자신을 귀히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정의는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한다. 자존심은 타인이 기준이 된다.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나를 존중하고 좋아해 줄 순 없다. 자존심이 높은 사람들은 현실과 이상(모든 사람의 사랑과 존중을 받으려는 마음)의 괴리를 느낀다. 결국 자존심을 지키려다 우리가 지켜야 할 자존감은 떨어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반응과 평가에 의해 연출되는 것은 자존심이다. 자존감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바탕은 같지만 기준이 외부와 내부로 나뉜다. 자존심은 외부에 의해 자신을 귀히 여기므로 외부에서 조금이라도 질책을 하거나 비난을 하면 바로 무너져버린다. 자신을 귀히 여기는 재료를 외부에서 끌어다 쓰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자원은 한계가 있다. 또한 유동적이다. 언제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하고 자존감이 낮은 대표적인 사람들의 성향은 타인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타인이 자신을 비난했을 때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못하고 비난 자체만을 기분 나빠하며 타인이 자신의 마음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것을 허가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타인의 공격에 마음이 파도처럼 요동친다. 물론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목격하면 부당함을 느끼고 감정적인 반응이 먼저 나오게 된다. 이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매번 그렇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타인의 말 한마디에 휘둘린다면 이것은 진정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B 씨는 모 회사 고위 관리자이다. 그는 자신보다 후배인 A 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B 씨가 회의에서 무슨 말만 하면 A 씨는 반기를 들고 나선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그 반대 의견이 꼭 B 씨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며 직급이며 한참 아래인 A 씨가 못마땅하다. 그래서 나중에 꼭 A 씨를 한 번 따끔하게 혼내줘야겠다고 벼르고 있다.
B 씨는 자존심만 세우는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이다. 비록 A 씨가 B 씨에 비해 나이도 어린 까마득한 후배이지만 단지 A 씨는 B 씨의 의견에 대한 사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B 씨의 입장에서는 꼭 A 씨의 태도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이 느껴져 괴로워한다. 후배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그와 나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너그럽게 넘어갈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공무원 C 씨는 오늘 매우 화가 났다. 왜냐하면 민원인 P 씨로부터 말도 안 되는 협박을 들었기 때문이다. 화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 C 씨의 죄라곤 P 씨에게 민원 처리에 만전을 다했지만 다소 지연될 것 같다는 소식을 알려준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P 씨는 C 씨에게 일처리 하나 못해서 공무원을 하겠느냐며 상급 기관에 민원을 제기를 하겠다는 둥 협박을 한 것이다. C 씨는 일주일 내내 민원인 P 씨의 말이 생각나서 언짢은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던진 돌에 맞는 그런 일들을 말이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고 하지만 가끔은 내가 원인이 아닌 경우가 있다. 외부에 원인이 있는 일로 나의 마음이 불쾌할 때는 나의 확실한 자존감으로 그 불쾌함을 걸러내야 한다.
C 씨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P 씨의 행동은 무례하며 근거가 없는 행동이다. 단지 자신의 일만을 생각하며 C 씨를 근거 없이 비난했다. 그렇다면 C 씨는 그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P 씨가 자신이 제기한 민원처리가 지연된 나머지 나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했구나.’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C 씨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그러나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라면 근거 없이 떠드는 말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상대를 안타까워하는 측은지심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내 그 말을 걸러내고 흘려보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자존심과는 다르게 자존감이 강한 사람들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와도 같다. 누군가 돌을 던져도 일렁이는 물결은 그때뿐 이내 고요해진다. 그들은 타인의 어떠한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기준에서 판단하기에 타인의 쓴소리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은 받아들이되, 자신의 가치까지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는 분명 자존심만 강한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내가 기준이 되어 행동을 한다. 타인이 아무리 질책하고 비난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기준에서 그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존심만 세울 뿐 자존감을 세우진 못한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 확실한 주관 아래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주관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은 반성의 동물이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며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기준에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걸러내야 할 것은 걸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이러한 주관과 자신만의 기준 속에서도 옳은 말이라면 꺾일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자존감이다. 타인의 평가 중에 맞는 이야기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관만 내세우며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 것은 자존심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 속에는 엄청난 차이점이 존재한다.
결국 다른 사람에 의해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로 연출되는 무대야 말로 자존감인 것이다.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다. 사람들은 간혹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타인의 생각에 자신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자기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남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과 말, 기준에 맞추어 살아간다면 매우 불행할 것이다. 따라서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진정으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