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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Jan 13. 2019

제3장. 01 관계를 방해하는 감정_기대 심리

기쁜 마음으로 주고 잊어버려라


  ‘은혜를 베풀고서 보답받기를 바라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후회하지 마라’
 - 명심보감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일상에서 기대를 하는가? 주말에 갈 여행, 연인과의 데이트, 곧 받게 될 월급 등 다양한 일들에 기대를 하며 산다. 심지어 오늘 점심 메뉴로는 어떤 음식이 나올지, 오늘 개봉하는 새로운 영화는 어떨지도 기대한다. 우리는 기대를 함으로써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갖게 된다. 이처럼 적당한 기대는 삶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대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바로 관계에서의 기대다.


 인생은 반드시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는 사건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기대한다고 해서 기대하는 것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 관계에서의 기대는 종종 불필요한 실망감을 초래하기도 한다. 관계에서의 기대는 어떻게 우리를 힘들게 할까?      


사람 관계에서의 기대는 불필요한 실망감을 초래하기도 한다.


 어느 날 내 친구 A로부터 전화가 왔다. 친구 A는 직장 후배 B의 생일을 알게 되어서 챙겨주었는데 정작 자신의 생일이 되자 후배 B는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구 A는 후배 B가 같은 부서에 있기도 하고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터라 생일을 챙겨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현재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조금 무리해서 값비싼 텀블러를 선물했다. 후배에게 선물을 주자 정말 기뻐했다.

 “선배님, 어떻게 제 생일을 아셨어요? 제 생일까지 챙겨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다음에 선배님 생일도 제가 꼭 챙겨드릴게요.”

 몇 달이 지나고 친구의 생일이 되었다. A는 출근을 하면서 생각을 했다. ‘후배도 내 생일을 기억하려나?’ 그런데 직장에 도착하고,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도 후배 B는 아무 말이 없었다. 심지어 축하한다는 말조차 없었다. 친구 A의 생일을 잊어버린 듯했다. 괜히 A는 B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오늘 무슨 일 있어?”

 B는 대답했다.

 “아, 오늘 제가 집에 일이 있어서 좀 일찍 들어가 봐야 해요. 다음에 밥이라도 한 번 먹어요.”

 A는 직장 후배가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괜한 기대를 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고 했다.     


 친구 A는 후배 B 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값비싼 텀블러를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후배 B 씨는 A의 생일을 잊어버린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아무 말이 없다. 친구 A와 같은 경우는 일상에서 자주 존재한다. 나는 챙겨줬는데 상대는 챙겨주지 않고, 나는 해줬는데 상대는 해주지 않는 일들 말이다.

 이렇듯 상대에게 무엇인가 바라고 해주는 행동은 불필요한 실망감을 초래한다. 특히, 누군가에게 물질적인 것을 기대하고 베풀었을 때는 더하다. 물질은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므로, 준만큼 돌려받지 못했을 때는 더 큰 실망감이 밀려온다. 여기에서 베풀었다는 표현도 적절하지 못하다. 내가 기대하며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해주는 것이 베푸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계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관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진정한 관계를 통해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비즈니스적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표현을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


 결혼 전, 나는 항상 남편에게 사랑을 갈구했다. ‘나도 이만큼 사랑하니까 당연히 남편도 이만큼 사랑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내가 준 사랑에 대한 보상을 기대했다. 서로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하며 ‘내가 100을 했으니 너도 100을 해야 해.’와 같은 논리로 서로의 사랑을 수치화했다. 그런데 사랑에 대한 수치화 작업이 계속되면서 가끔은 남편의 표정이 조금만 어둡거나 애정 표현이 없을 때면, 이상하게 불안해졌다. 남편이 운전을 할 때, 재미있는 얘기를 해도 별 반응이 없으면 ‘이 사람이 나에게 정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남편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가끔 보면 내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했다. 남편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자 남편은 그만 서운함에 삐치거나 심술이 나는 경우가 생겼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자신이 사랑해 준만큼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불만이 쌓여 갔다. 그 불만은 점점 커져 알게 모르게 우리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나와 남편은 서로 더 많이 자신의 사랑에 화답하기 바랐고, 더 많은 사랑을 요구했다. 

 나와 남편 모두는 자신들의 마음을 최대한 표현하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려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지칠 때도 있었다. 결국 서로의 노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고, 서로 지쳐버린 마음만 확인하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나와 남편의 잘못된 바람과 기대는 오히려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내가 이만큼 사랑하고 표현하니까 너도 나를 이만큼 사랑하고 표현해야 해.’와 같은 논리가 결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관계의 악순환은 결국 ‘사랑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우리 관계의 악순환은 결국 ‘사랑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준만큼 상대편에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며, 베풀었다면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베풂에서 끝나야 함을 알게 되었다. 다시 받고자 기대하는 마음은 결국 나 자신에게 다시 돌아와 나를 힘들게 함을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변화시키고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서로 조금씩 노력하며 기대를 내려놓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이전처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물질적인 것 이외에 정신적인 것조차도 남에게 주면서 돌려받기를 바란다. 남녀 관계뿐만 아니라 사랑과 호의로 맺어져 있는 모든 관계가 그렇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내가 원해서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싶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사랑을 왜 남에게 나를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건가? 내가 사랑한 만큼 똑같이 받길 바라고 강요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 말할 수 없다.     


기대 심리는 마음의 상처를 유발하기도 한다.


 기대 심리는 마음의 상처를 유발하기도 한다. 내가 관계를 잘 몰랐던 시절, 사람들에게 종종 상처를 받곤 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면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의 무관심한 반응에 괜히 서운하고 속상했다. 이제는 속상할 일도, 속상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를 대했을 뿐 별다른 악의나 의도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정한 기대 정도에 미칠 순 없다. 반응이 냉랭한 사람도, 친절한 사람도 있다. ‘내가 다가가기만 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겠지.’라는 잘못된 기대감은 도리어 상처로 돌아온다. 

 물론 사람은 기대하지 않으며 살 순 없다. 기대는 일상생활에서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하는 순간은 기쁠지 몰라도, 기대하는 것처럼 사건이 벌어지지 않을 때에는 실망하게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다. 관계에서의 잘못된 기대는 마음속 부정적인 감정을 초래한다. 잦은 기대는 사람 간의 다툼을 유발한다. 한쪽은 기대를 하며 상대방에 대해 불만이 쌓인다. 상대방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기대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서로 균형이 맞지 않으니 그 관계는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진정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베풀고,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긍정적인 기대와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대를 믿어주는 기대와는 달리 ‘내가 이렇게 해줬으니 상대방도 이렇게 해주겠지.’와 같은 기대감은 도리어 실망을 자초하며 관계를 해친다. 진정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베풀고,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베풀었다면 보답받기를 바라지 말고, 남에게 베풀었다면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남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베푸는 것은 오히려 베풀지 않음만 못하다. 베푼 것을 다시 받으려고 생각하는 마음은 관계를 불행으로 몰고 갈 뿐이다.

 애초에 상대방에게 물질적 또는 정신적인 에너지를 주었다면 다시 받으려 기대하지 않고,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고 다가가야 한다. 사랑을 주었다면 다시 그 사랑을 되돌려 받는 것을 기대하기보단 상대방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믿어줘야 한다. 단, 이는 관계의 기본적인 도리조차 모르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헌신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내가 어떤 상대에게 무엇인가 베풀기로 결정했다면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베푼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기다린다면 언젠가는 관계에 긍정적인 결과로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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