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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Aug 09. 2019

제3장. 관계를 방해하는 감정_자만심

자신감과 자만심은 한 끗 차이다

 욕존선겸(欲尊先謙), ‘남에게 존경을 받고자 하면 먼저 겸손해야 한다.’는 뜻으로 존경받는 자는 겸손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미국의 에머슨 또한 ‘겸손한 자만이 다스릴 것이요, 노력하는 자만이 가질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겸손의 미덕은 예로부터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른 SNS의 확산 등으로 자기 자신의 장점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알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겸손과 겸양을 생각하며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감추면서 살아가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텔레비전을 잠시만 틀어놓아도 무수히 쏟아지는 광고들로 정신이 없고, 인터넷 기사 하나를 보려 해도 떠오르는 광고들로 내가 광고를 보러 들어온 건지, 기사를 보러 들어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이렇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고들처럼 너도 나도 서로 잘난 점을 알리기에 바쁜 세상이다. 이제는 자신을 자랑하고 뽐내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자기 자신의 장점을 적절한 방법으로 알리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 선을 지키지 못해서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일들을 일으키곤 한다.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자만심의 종류를 크게 네 가지로 살펴보겠다.     


 첫 번째, 자신이 최고의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서 이미 얻은 것처럼 우쭐대는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도 구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을 구제하려는 건방진 생각이다.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흔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처럼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조차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간혹 타인의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며 충고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 나의 선배 교사 S는 후배 교사들의 실수에 지나치게 엄격했다. 그런데 선배 교사 S 또한 실수가 잦은 사람이었다. 후배 교사들은 상사 S 또한 빈틈을 보이면서 왜 남들에게만 엄격한 모습을 보이냐며 그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본인도 실수를 하면서 본인의 실수에는 관대하고, 후배의 실수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모습이 사람들의 반감을 산 것이다.


 두 번째, 남보다 훨씬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여 훨씬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현 상태 그대로 살겠다는 마음인 것이다. 항상 부족함을 깨닫고 개선해나가도 부족한데 어찌 보면 이는 대단히 안일한 생각이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은 모른 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위안을 얻는다. 자만심에서 만(慢)이 뜻하는 것은 ‘거만함’을 의미한다. 이는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긴다는 뜻이다. 흔히 자만심이라고 하면 잘난 체하는 행동만을 의미한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만심은 남을 업신여기는 태도도 포함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며 우월감을 갖는 마음 또한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다. 자기 자신이 위로받고 싶을 때 이러한 마음으로 극복하려 하는 것은 절대 자기 자신에게도, 자신의 관계 자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또한 자신에 대한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 행태로 꼭 극복해야 할 마음이다.


 세 번째는 자신이 아는 것만을 믿고 다른 것들은 모두 부정하려는 마음이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수용적인 마음의 소유자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으로부터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지적 또는 도전을 받게 되면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과거의 나 또한 아만의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독립하기 전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시절의 일이다. 당시 나는 집에서 직장을 다녔다. 부모님의 밑에 있다 보니 특히 어머니의 간섭이 심하게 느껴졌다. 이미 성인이 되었다고, 다 컸다고 생각한 나는 부모님의 말씀을 모두 잔소리처럼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었다. 인생 선배이신 부모님의 말씀을 ‘어머니보다는 내가 더 낫다고 여기는 마음, 내가 아는 것만 옳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날 생각해서 하신 모든 말씀을 잔소리처럼 여겼으니 말이다. 나의 주변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 다르지만 분명 그만한 가치와 진리가 담겨있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번째는 사악한 행동을 하고도 자신이 덕이 있다고 내세우는 마음이다. 간혹 본인이 나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 주변의 사람들이 이유 없이 자신을 피하고 떠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제 3자의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자. 이는 아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못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대인들은 SNS와 같은 실시간 소통 매체들을 통해 면 대 면으로 만나지 않아도 상대방과 바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SNS를 통해 자신의 좋은 점, 자랑거리 위주의 소통이 이루어지다 보니 사람 간의 진정한 소통은 결여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러한 타인의 좋은 점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소통하는 시간과 빈도수는 증가하였지만 진정한 인간관계 형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 어느 시대보다 편리하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통신 사회에서 SNS와 같은 매체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올바른 마음으로 올바른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무의식 중에 사람들은 ‘내가 저 사람보다 나았으면’과 같은 일종의 우월의식이 존재한다. 자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과 이는 절대적으로 차이점이 존재한다. 전자는 타인과의 비교이지만, 후자는 자기 자신과의 비교이다.


 자만심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자만심은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잘난 척하는 행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 못한 타인을 보며 위안을 얻는 행동,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보며 시기·질투하는 마음, 자기 자신도 완벽하지 못하면서 남들의 잘못을 구제하려는 마음 등 다양하다. 자만심을 경계하고 늘 자신을 되돌아보며 중용을 지킨다면 관계가 어려울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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