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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Aug 09. 2019

제4장. 올바른 관계를 위한 두 번째 법칙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지 마라

 어릴 적 내 여동생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착하다고 칭찬을 받았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예쁨을 받는 아이였다. 그런 동생에게 부모님은 가끔 집안일을 시키곤 하셨다. 어느 날 우연히 나는 동생이 메모해 놓은 일기를 발견했다. 그 일기 내용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언니는 공부한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안 시키고 자신에게만 일을 시킨다는 내용과 함께 나와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마구 담아 놓은 것이었다. 착한 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그 때 당시에는 동생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동생은 착한 가면을 쓴 나쁜 아이일 뿐이었다. 그런데 성인이 된 후, 나는 동생을 이해하게 되었다. 동생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된 방식으로 제 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동생을 잠시라도 나쁘게 생각했던 사실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동생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더불어 나는 동생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지금의 동생은 이전처럼 무조건적으로 타인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적절히 자신을 주장하며 자신과 타인 사이에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나의 여동생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와 더불어 자신의 감정을 올바른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사람이란 원래 때에 따라 화를 낼 수도, 슬플 수도 있는 존재다. 감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렇듯 감정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관계에 많은 갈등이 생긴다. 내 동생처럼 화를 낼 상황인데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휩싸여 무조건 친절해야 하고, 참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들이 마음속에 쌓이고 쌓이면 결국 관계를 해치게 된다.


 나 자신을 부정하며 무조건 상대방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진정한 관계자의 자세가 아니다. 상대방에게 맞추면서 무조건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보다 감정 표현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자신의 주관을 유지하면서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너무 표현해서 문제인 사람들도 ‘나 전달법’을 활용한다면 올바른 감정 표현 방식을 통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비폭력 대화로 잘 알려진 나 전달법은 나를 주어로 하여 상대방에게 나의 상태와 감정을 표현한다. 말은 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이고 핵심이다. 이 대화법을 이용하여 말투 하나만 바꾸어도 관계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문장의 주어를 나로 바꾼 후, 나의 감정 상태를 진솔하게 표현하고, 바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 나 전달법의 기본이다.


 예를 들면 매일 속옷과 양말을 뒤집어 놓고 세탁기에 넣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 “너는 손이 없니, 발이 없니. 세탁기에 양말 좀 알아서 넣으면 안 돼?” 라고 감정을 갑작스레 쏟아내는 말하기와 “나는 우리 가족들이 알아서 양말이나 속옷을 세탁기에 잘 넣어주지 않아서 많이 힘들고 속상하네. 다음부터는 세탁기에 꼭 넣어줬으면 좋겠어.”라고 부드럽게 감정을 표현하는 말하기는 큰 차이가 있다.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내게 되면 그 순간에는 매우 홀가분하다. 그러나 이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오히려 감정을 표현하기 이전보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니 그 여파가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므로 나 전달법과 같은 대화법을 사용하여 나의 감정은 상대방에게 전달하되, 상대방도 수긍할 수 있게 전달해야 한다. 순간의 감정을 감정의 원인이 된 상대방에게 풀어놓기만 해도 그 감정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온라인을 통해 컨설팅을 진행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나에게 가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감정이 올라오는데 어떻게 매번 예쁜 말로만 표현할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매사 예쁜 말로만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힘들다. 감정이 한 번 올라오면 주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 비율이 중요하다. 감정 코칭에서는 긍정적인 표현과 부정적인 표현 사이의 비율을 5:1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즉, 한 번 부정적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섯 번은 긍정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말하기를 아예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여기에서 잠깐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고자 뇌의 구조를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사람의 뇌는 후뇌, 중뇌, 전뇌와 같이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부위인 후뇌는 호흡∙심장 박동∙혈압 조절 등과 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여 ‘파충류의 뇌’라고 불린다. 두 번째 부위는 중뇌는 위아래로 모든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며, 감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포유류의 뇌라고 불린다. 세 번째 부위는 전뇌로 사람만이 가진 뇌이기 때문에 ‘인간의 뇌’ 또는 ‘이성의 뇌’라고 불린다.


 감정이 올라와 주체하기 힘들어지는 경우에는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 상태로 전환된다. 이때는 아무리 좋은 마음을 먹고 잘 대처하려 해도 파충류의 뇌 상태로 전환이 되어 좋은 생각과 말을 하려해도 잘 되지 않는다. 이 때 우리는 시간차를 두어야 한다. 나 전달법을 사용하기 전에 자신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음을 느끼는 경우에는 먼저 스스로 진정이 될 때 까지 핑계를 대어 자리를 피한다. 우선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다.


 동시에 신체를 이완시켜 준다. 신체를 이완함으로써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심호흡’과 ‘스트레칭’이 있다. 심호흡과 동시에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지긋이 눈을 감는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판단이 가능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 ‘나 전달법’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감정을 전달하고 바라는 점을 말하도록 한다.

 나 이제 손을 씻기로 했어.


 이 말은 어떤 사람이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않고 그 일을 청산하겠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 속에서 감정해소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예부터 전해져온 이 관용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한다. 미국 미시건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손을 씻거나 샤워를 하면 과거의 기억을 함께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는 손을 씻거나 샤워를 함으로써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정리한 후, 나 전달법을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과 뜻을 밝힌다면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감정을 바로 발산했거나, 아예 표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바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각 하여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어느새 예쁘게 변한 내 말투와 개선된 관계를 보고 놀라는 날이 올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우리 스스로 던져버릴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타인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맞출 필요는 없다. 내가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축구를 좋아하는 어떤 친구가 나를 싫어하거나 뒷말을 한다면 그 친구는 내 영역 밖의 사람이다. 잠시 잠깐 친구의 호감을 사기 위해 축구를 좋아하는 척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다른 이유들로 나와 곧 멀어질 사람인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 이는 타인의 권리를 무시한 채 나만 좋을 대로 행동하는 나쁜 사람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을 표하되, 나의 개성을 드러내도 좋다는 뜻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싫은 것도 좋은 척 하며 상대방에게 맞춰주고 따라가는 것은 결코 건강한 관계라 할 수 없다. 올바른 감정 표현방식에 따라 상대방과 나 사이의 적정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건강한 관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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