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윤 Aug 09. 2019

제4장. 올바른 관계를 위한 세 번째 법칙

상대의 단점보다 장점에 초점을 맞추어라

 얼마 전 나는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 J를 만났다. 친구는 나에게 요즘 직장 내 대인관계가 너무 어렵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소한 일에서 친구와 부장님의 의견이 달라 마찰이 생긴다고 했다. 업무 처리 방식에서 친구는 하나하나 모든 분들의 의견을 구하고 취합하여 처리를 하고자 부장님께 말씀드리면, 부장님은 그런 일들은 적당히 친구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친구는 당연히 그 업무는 모든 분들의 의견을 구하여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충 넘어가려고 하시는 부장님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분의 성품과 자질은 좋으시지만 생각이 달라 힘들다고 했다. 갈등이 반복적으로 생기니 관계도 점점 틀어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사고 틀이 존재하며, 자신만의 사고 틀로 대상을 바라본다. 그러므로 개개인은 다른 사고 틀로 모든 현상을 인지한다. 자신이 삼각형 모양의 틀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본다면 그 사물은 삼각형 모양으로 보인다. 자신이 원 모양의 틀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본다면 그 대상은 원 모양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각자가 가진 사고의 틀이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에 따라 일의 중요도도 다르다. 위 사례에서 친구 J가 처리해야 했던 업무는 친구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이었지만, 부장이 보기에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내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 신중하게 처리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 일이 아주 사소한 일이라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다양한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성격이 급한 학생, 느긋한 학생, 주의 집중을 잘하는 학생, 집중력이 약해 5번은 얘기해야 듣는 학생, 자신의 의견을 잘 얘기하는 학생, 잘 얘기하지 못하는 학생 등등. 그런데 이는 충격적이지만 모두 나의 틀에 맞추어 해석한 결과에 불과하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은 결코 어떠한 틀에 의해 단정 지어질 순 없다.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내 기준에서 급한 것이지 실제로 보면 급한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내 기준에 맞게 바꾸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그 기준은 나만의 기준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해야 하듯 상대방도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 고유의 색이 있다. 고유의 색을 무시하고 다른 색을 쫓아가라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학교에서는 학기 초 3월이 되면 학부모 상담이 시작된다. 이때 내가 자주 듣는 학부모님들의 고민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저희 애가 사교성이 부족합니다. 친구도 다양하게 사귀면 좋은데 매번 조용한 친구들과 어울려서 걱정입니다. 매사 적극성도 결여되어 있고.. 쉬는 시간에도 친구와 같이 어울리고 놀면 참 좋을 텐데 작년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매일 책만 읽었다고 하셨어요. 활발하고 명랑한 학생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사교성을 키우면 좋을 텐데 참 걱정이에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며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겉으로 보기에 친구들도 몇 명 없고 조용히만 지내니 걱정할 만하다. 그러나 자녀들도 부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학생들이 친구가 없어서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고민으로 나를 찾아온 해당 학부모의 자녀에게 물어보면 교우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활발한 친구를 사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것은 부모님의 눈으로 바라본 자의적인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강제로 어울리게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온다. 세모 모양의 퍼즐을 동그란 모양의 홈에 끼워 맞춘다고 맞추어지지 않듯이, 억지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붙여놓는다고 붙지 않는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만히 관찰하면, 조용하지만 친구들과 잘 지내며 좋은 관계와 평판을 유지하는 학생들이 있다. 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사물을 차분히 관망하며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많은 사람들을 사귀지는 않지만, 깊은 관계를 오래 잘 유지한다. 따라서 단지 친구가 많고 적극적이라 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장점은 간과한 채, 자신의 틀을 기준으로 자녀를 임의로 해석한다. 자녀 나름대로 교실 내에서 적극적으로 교우관계에 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바뀌길 강요한다. 자신의 자녀에 대한 단점에 초점을 맞추고 부모가 생각하는 틀에 맞게 바꾸려는 생각은 오히려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 및 자녀의 교우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나에게 한 번은 직장동료 D 씨가 이러한 말을 했다. 그는 늘 의아한 점이 있다고 했다. D 씨에게 동료 A 씨는 자기 실속만 차리고 해야 할 일만 하는 등,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깍쟁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른 동료들은 A 씨를 싹싹하고 예의 바르고 일처리가 빠른 유능한 사람으로 생각하여 반긴다는 것이다. D 씨는 직장 동료 모두 A 씨에게 크게 속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다른 사람들은 모두 A를 좋아하는지 D 씨는 도무지 알 수 없다.


 D 씨는 남들과는 다르게 A 씨를 바라보고 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D 씨일까, 나머지 직장동료일까. 가끔 우리는 D 씨처럼 나 이외의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단점만을 보며 왜곡하여 바라본다. 나의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해석하기 때문이다. D 씨는 자신의 틀로 A 씨를 해석하고 정의 내렸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면, 먼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과연 객관적인 제3의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악연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바로 내가 가진 마음의 틀이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눈이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단점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연과 선연은 결국 내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D 씨는 본인 스스로 A 씨와의 악연을 자초했다. 


 사람 사이에서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피할 수 있는 갈등도 있다. 이는 바로 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갈등이다. 갈등의 원인은 나의 틀로 상대를 해석하여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태도이다. 나만 옳다는 생각으로, 나의 기준으로 남을 해석하려 하는 이기심을 극복할 때 타인과 올바른 관계를 영위할 수 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개성을 인정하며 강점을 보려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사람이 좋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4장. 올바른 관계를 위한 두 번째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