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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Aug 09. 2019

제4장. 올바른 관계를 위한 네 번째 법칙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교실에서 학생들 간 발생하는 사건들을 중재하다 보면 모두들 자신만의 입장이 있다. 자세히 양쪽의 말을 들어보면 A는 내가 이러한 상황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억울하다 말한다. B 또한 자신만의 입장을 피력한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친구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A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일리가 있고, B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일리가 있다. 이때 나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라는 속담처럼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개개인의 입장이 다르므로 일정 부분 모두에게 갈등의 원인이 있다.

   

 얼마 전 내가 기념할 일이 있어 자축의 의미로 같은 학년 선생님들께 요깃거리를 대접하게 되었다. 몇 시에 교실로 잠시 와달라는 쪽지를 보냈다. 음식이 도착했을 때 즈음 선배 교사 M이 들어왔다.


 나 오늘 출장인데.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시며 몇 시까지 모이라는 쪽지만 봤지 음식을 사겠다는 쪽지는 못 보았다고 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음식을 산다는 사실을 쪽지로 구구절절하게 보내면 괜히 자랑하는 것 같아 모임의 이유는 생략한 채 시간과 장소만을 쪽지로 안내했던 것이다. 음식을 권했지만 이미 기분이 상한 선배 교사 M은 출장을 갔다. 좋은 뜻으로 음식을 대접하고도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좋진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음식을 대접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선배 교사의 입장에서는 일정을 먼저 묻지도 않고 약속을 잡은 것은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 입장에서는 이후 일정도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시간을 통보한 내가 얼마나 배려심 없는 사람으로 비쳤겠는가. 이후 나는 이전보다 더욱더 타인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을 깨닫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개개인의 생각과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일로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관계가 틀어질 때도 있다. 이때는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사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간혹 사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잘못을 해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먼저 사과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관계에서의 진정한 승리자는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그 이후는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며 상대방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기다린다. 내 손을 떠난 일이므로 너무 마음 쓰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은 해결되어 다시 원만한 사이가 될 것이다.


 물론 어떻게 매번 모든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입맛을 맞출 수 있겠냐며 반문할 수 있다. 맞다. 외모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사람들을 완벽하게 맞춰줄 순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단순히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그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나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행복한 관계를 영위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함으로써 격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 오셨다. 새로 부임하신 날, 전 직원은 강당에 모였다. 교장 선생님께서 첫 부임 인사를 하셨다.


 선생님들, 반갑습니다. 저는 M초등학교에 있었던 교장입니다. 앞으로 선생님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혹시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교장실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렇게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얼마 후, 교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장 선생님이 도움이 필요하면 교장실을 찾으라고 하셨지만,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을 교감이 모르면 안 됩니다. 교감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처리하고 그렇지 못한 사안이 있다면 교장 선생님께 보고를 하셔야 합니다. 아까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매번 교장실에 내려가면 교장 선생님도 피곤하시고 하니, 교무실에 내려와 교감한테 먼저 얘기를 하세요.


 순간 나는 두 분 간의 미묘한 대립각이 느껴졌다. 그 말을 놓치지 않고 바로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교장실에 찾아와 의논할 점을 얘기하라는 것은 선생님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한 말이었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달리 해석한다. 평교사였던 나와 다른 선생님들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진심으로 도움을 주시기 위해 하신 말씀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교감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똑같은 말이었지만 교감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일이라 생각하셨다. 이처럼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분이 서로의 입장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교장 선생님께서는 과거 교감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당신의 말씀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알고 교감 선생님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교감 선생님은 새로 부임한 학교의 선생님들께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으신 교장 선생님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리며 부임 인사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일상의 사건들을 통해 같은 일이라도 사람의 입장에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것이 다르므로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원래 그 상태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과 갈등이 생겼을 때,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일이 일어난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는다. 즉, 외부에서 변명거리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건전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명을 찾기보단,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 ‘그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나였어도 그 입장이었으면 그랬겠다.’와 같이 생각하며 상대를 이해하게 되면, 갈등이 생겼어도 곧 관계가 다시 회복되며 잘 지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바른 관계를 영위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기본을 지키기가 제일 어렵다. 그러나 여러분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관계를 잘 맺고 싶기 때문에 이 글을 읽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관계를 잘 맺기 위해 마음을 먹었다. 시작이 반이다.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를 회상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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