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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Feb 02. 2020

아들의 첫 돌

엄마 1년 차

 아들이 태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아들과 함께 한 1년이란 시간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매 순간순간, 분명 힘든 일이 많았다. 그런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신기하게도 금세 힘든 기억들을 잊고 말았다. 그땐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꼭 '지금의 나'가 1년 동안 어른이 되어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심정처럼 말이다.


 임신도 처음, 육아라는 것도 처음이었던 나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하기 전까진 나는 항상 머리로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를 누구보다 잘 키울 수 있어.


 그러나 어떤 일이든 경험하기 전까진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경험해보기도 전에 나 스스로를 훌륭한 엄마로 재단해버리고 그 틀에 나를 끼워 맞추려 했다.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육아쯤이야.'라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 분명 이는 나의 오만이었다.


 육아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인 스트레스는 기본에 내 의지대로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시간 내어 화장실 가기, 입으로 밥 떠 넣기, 잠깐 눈 붙이기 정도였다. 기타 나머지 일들은 누군가 대신 아이를 돌봐줘야 할 수 있었다. 생리적인 욕구도 제때 충족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얼마 동안 나는 나를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음을 알았지만 이에 저항하다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어른들은 지금 세대가 육아를 힘들어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실 수 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사회, 가정으로부터 집안일과 육아를 당연한 듯 의무로써 요구받았기 때문에 별 불만 없이 수행해냈다. 오히려 불만을 가지면 이상한 여자 취급받는 시대였다. 또한 지금과 같이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기보다는 순전히 자녀를 키우는 일에만 집중하며 양육할 수 있었던 시대였기에 지금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시절의 어머님들을 존경하며 현재의 나는 과거의 어머님들이 고생하셨던 일들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실을 인정했다. 육아도 척척, 바깥일도 척척 잘 해내는 워킹맘이라는 강박적 타이틀을 내려두고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즐거운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바라보며 완벽한 엄마라는 허상을 지우기로 했다. 3년은 내 품에서 꼭 끼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강박증을 내려놓고 남편의 동의를 구해 어린이집에 보냈다. 마침 신기하게도 그 시기에 어린이집 원장님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복직도 계획했다. 마음이 훨씬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먼저 마음에 여유가 있고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김을 1년 간의 육아를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엄마가 불행하다면 아이는 아예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과 같다. 아이에겐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사랑으로 바라보아주는 엄마가 장기적으로는 훨씬 유익할 것이다. 내가 우선 충만해야 아이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다. 죄책감 가지지 말고 아이에게 헌신하는 마음에서 절반을 떼어 나를 챙기는 시간을 가짐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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