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용기와 그녀의 용기

- 공은 던져졌다.

by 글쓰는장의사

"지금까지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어"

무책임하게 내뱉은 첫마디.

이렇게 나의 기습공격은 시작되었다. 우리의 전장은 그녀의 집 앞, 차 안이었다.

갑작스러운 총성으로 시작된 나의 공격은 제법 오랜 시간 그녀에게 퍼부었다. 아마도 그녀가 감당하기 힘든 공격이었을 것이다.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줘"

총공격 이후 결과를 알고 싶어 하는 건지, 확인을 하고자 하는 나의 잔인한 한마디였다.



지금은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겠다는 그녀는 그저 울고만 있었다. 그날 우리의 전투의 결과는 휴전이었다.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이번 달이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그 안에 결정할게요."

"알겠어 그렇게 해. 미안해."

'당분간 그녀를 만나지도 연락하기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런데 오빠. 그동안 우리 못 만나요?"

"네가 편한 데로 해. 만나면서 생각해도 괜찮고, 만나는 게 생각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잠시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럼 그동안 지금처럼 계속 만나요"

"알겠어"


분명 심하게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 이건 긍정의 신호일까? 아무튼 그날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 만났고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약속했던 날이 다가왔다. 일찍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던 그녀의 입에서 그날의 일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만 오고 갔다. 방심하고 있던 사이 그녀가 말했다.

"제가 결정하기로 했던 날이 왔네요"

"응, 그렇네"

"그냥 계속 만나요, 헤어지기 싫어요"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살아가면서 나의 과거를 가장 후회했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나는 사실 이혼을 한 사실과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던 나는 이 일주일의 시간만큼은 나의 과거가 원망스러웠다. 내가 떳떳하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로 인해 고민하고 마음 썼던 그녀가 안쓰러워서 그런 건지 그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막상 그녀가 나와 함께 해준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행복했다.


그날 저녁 나는 그녀에게 나의 진심을 다시 한번 털어놓았다.

"만약 우리가 연애만 하다가 헤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괜찮아. 그러니 나를 만나는 거에 있어서 부담 갖지 않아도 괜찮아."

"저는 그런 거 못해요.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거니 걱정하지 마요."


정말 진심이었다. 그녀가 나와는 연애 상대로만 생각하고, 그저 스쳐가는 인연이 되겠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걸로 만족해야 한다고 속으로 다독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일이 없다고 한다.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라 속으로만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런 말을 들으니 나는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한 달 조금 지난 시점에서 결혼을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이상한 것은 나 또한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을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잠시 스쳐 지나가던 인연들도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무에 가지를 치듯 잘라버렸던 나였다. 그런 내가 그녀가 미래를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말에 전혀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설레었다.


"나의 작은 용기로 진실을 알렸고, 그녀는 아주 큰 용기로 아픔을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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