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무 깜짝 놀랐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김광석. 이분의 노래는 재밌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응원을 받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내 차를 타면 '뭐 이렇게 오래된 노래를 듣냐?'라며 핀잔을 가끔 듣기는 하지만 나는 이 분의 노래가 좋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들었던 이분의 노래를 나는 아직까지 종종 듣는다.
그녀에게 모든 내 과거를 털어놓기 전에 내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졌던 사람인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마음인지에 대해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에피소드이다.
"사랑해"
그저 흔한 연인들 사이에서 자주 하고 듣게 되는 세 글자. 때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별 의미가 없기도 한 오묘한 글자.
이 한마디에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김광석의 노래 가사처럼 난 너무 깜짝 놀랐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도저히 눈물이 나올 타이밍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나의 첫마디는 이랬다.
"왜 그래? 내가 뭐 실수했어?"
"아니요. 너무 좋아서요.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정확한 그녀의 대답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이유를 말했었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했고, 착한 성격을 가진 이런 사람에게 나 같은 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조만간 나의 과거를 알려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에 앞서서 나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난 사실 여자를 전혀 믿지 않아. 그런데 너는 내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정확하게 어떤 단어와 문장을 사용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결론은 이런 말이었다. 제법 오랜 시간 혼자서 주절주절, 변명들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제법 진지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비겁하고, 자기 방어적이었던 나의 생각들을 듣고서는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첫 한 마디는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고마워요."
이때는 과거의 결혼도 이혼도 모두 삭제하고 그저 연애의 이야기로 그녀에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사기극에 그녀의 고맙다는 말은 나를 더 창피하고 비겁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넌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래서 나랑 어울리지 않아. 욕심나지만 내가 욕심내서는 안 될 사람인 거 같아.'
라는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다시금 밑으로 짓눌렀다. 하마터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지만, 덕분에 그런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낚시꾼이 입질을 기다리듯, 나는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절묘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이다"라고 느껴지는 순간 나의 과거를 알려주기 위해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 순간을 위해, 나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리고 그 순서까지 수십 번 생각하고 고치고를 반복했다. 누군가에게 건넬 말 한마디를 이렇게 고민했던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나는 그녀가 욕심났다.
나의 과거를 알게 되면 나를 떠나지 않을까?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고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과거다. 나의 과거 때문에 그녀의 미래를 망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닌가? 그래 차라리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고 내가 나쁜 놈이 되어서 끝내자. 그게 그녀를 위한 길일지도 몰라.
"그래도 떠나지 않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 당시 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옆에 잡아두어야겠다는 이기심과 그녀의 미래를 위해서는 놓아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걱정의 충돌이었다. 이성과 감정의 충돌이었고, 나의 과거와 그녀의 미래의 충돌이었다.
"그래. 이제 더는 시간을 뺏어서는 안 돼. 어차피 선택은 내가 아니라 그녀가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