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모습
함께 맞이 하는 첫 생일 때였다.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지만, 선물을 고르는 것에 재능이 없던 나는 며칠을 고민했다.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몸으로 때우자"였다. 간단하게,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선택한 장소는 경주의 작은 펜션. 나름 수영장도 있는 괜찮은 곳이었다. 공교롭게도 첫 여행을 가는 날 폭우가 쏟아졌다. 도저히 밖으로는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비가 내렸다. 나는 몸으로 때우기로 작정했기에 바비큐 거리를 마트에서 담아 왔다. 그날 밤 우리는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름 운치 있는 저녁을 먹었다.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고기는 처음 먹는데 너무 맛있어요!"
사실 속으로 듣기 좋아라고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어쩌면 그 말이 진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하나부터 열까지 흔히 말하는 집안일은 스스로 다 하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저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생일이 되었어요. 고마워요"
뿌듯했지만, 미안했다. 내 기준에서는 크게 해 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비싸지 않은 펜션을 예약하고, 한 시간 반 거리를 운전하고, 마트 가서 장을 보고. 항상 선물의 가격과 필요성만을 생각했던 나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생일 선물이었지만, 그녀에게는 큰 선물이었나 보다.
"눈에 보이는 선물의 가격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인가가 있는 사람이 있구나"
나는 인생을 너무 계산적으로 살았나 보다. 나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길들여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진심 어린 감사 표현에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종종 잊을만하면 그날의 이야기를 한다. 난 그저 열심히 고기만 구웠을 뿐인데, 그 구워준 노력에 비해 과한 칭찬과 감사를 받으니 부끄럽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그리고 덕분에 스스로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정한 마음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었다.
어쩌면 이런 과정들이 귀찮아서 혹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물질적인 부분으로 대체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나 역시도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어쩌면, 이때부터 그녀에 대한 욕심의 싹이 자라났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차를 타는 도중에 그녀가 한동안 차에 오르지 않고 바닥을 보고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차에 타는 그녀에게 물었다.
"뭐 하고 있었어?"
"네 잎 클로버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귀여웠다. 참 순수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네 잎 클로버라니 얼마 만에 들어보는 이름인지 모르겠다.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추억이 가득 담긴 장난감을 구석에서 찾은 느낌이라고 할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