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찾아주고 싶어요.

-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아요.

by 글쓰는장의사

"네 멋대로 해라."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면서 살아왔다. 학교 진학, 직업군인, 전역, 결혼, 이혼, 취업 등등 모든 일을 내가 하고 싶은데로 결정하고 살아왔다. 이런 나의 시각에는 그녀는 너무 착해빠진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제발 그 누구도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걸 해. 나도 신경 쓰지 말고 원하는 걸 해. 그리고 싫으면 싫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해"

한동안 내가 그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내 능력이 되는 한, 그녀가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가장이 되려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어머니도, 동생도, 아버지도 본인이 다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삶보다는 가족의 삶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살아왔다. 이런 그녀의 삶을 들었을 때 나는 마음이 아팠다.

'적어도 내가 옆에 있는 동안만 이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삶을 살도록 알려주어야겠다."


나처럼 부모도 형제도 하물며 자식의 삶보다도 나 자신의 행복이 최우선이라 생각하고 살아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한 번뿐인 인생을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혹은 지배당하는 것은 아주 슬픈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천천히 하나씩 그녀의 생활방식을 바꾸려고 시도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나 자신의 선택권 박탈이다. 나는 그저 행동권만 있을 뿐 선택권은 모두 그녀에게 넘겼다. 나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언제나 나의 대답은 '잘 모르겠어'였다. 여행을 가더라도, 데이트를 하더라도, 점심 혹은 저녁을 먹더라도 내가 아니라 그녀가 선택하도록 했다. 그녀의 선택이 떨어지면 그저 나는 움직일 뿐이다.


아마 내 생각으로는 나도 그녀도 이런 방식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하기를 원하는 삶을 살아온 나와 다른 이의 선택에 끌려다니기 일쑤인 그녀. 우리 둘은 서로의 살아온 방식으로 살아가는 체험을 하고 있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본인의 감정을 부담 없이 나에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는 뿌듯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 역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하고 싶은 꿈이 있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그럼 나중에 우리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그때 공부해. 내가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 지원해 줄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임신을 하면 일을 하기 힘들어지니 그때가 적절한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했다. 말만이라도 고맙다고 하는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말뿐인 게 아닌데? 100% 진심인데?"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녀의 공부를 도와줄 계획을 내가 세워두었다. 물론 이 역시 결정은 그녀의 몫이지만 정말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나는 힘이 되는데 까지는 도와주고 싶다. 이런 대화를 했던 날 그녀 역시 나에게 물었다.

"오빠는 꿈이 뭐예요?"

나도 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의 대답은 정말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또다시 감동을 주었나 보다.

"내 꿈은 이루지 못해. 그래서 네 꿈을 이루게 도와줘서 대리 만족하려고..."


별 뜻 없이 했던 말도 아니고, 일부러 감동을 주기 위해 지어낸 말도 아니다. 그녀의 집요한 질문 끝에 나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알고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의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 멋대로 살아왔어. 그러니 이제는 네 멋대로 살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포기하지 마. 너의 꿈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조금 늦어질 뿐 불가능하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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