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첫 만남.

-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두 사람.

by 글쓰는장의사

아이와 그녀의 첫 만남은 우리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였다. 그녀는 아이에게 줄 거라며 푸딩을 주문하고는 기다렸다. 이후에 들은 말이지만, 당시 긴장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는 부끄러워했다. 어색해했다기보다는 부끄러워했다는 표현이 맞다. 싫어하거나 경계하기보다는 그저 처음 보는 어른 여자 앞에서 부끄러움을 보였다. 그래도 금방 말을 주고받았다. 생각보다 낯가림이 없는 아이였다.


첫 만남 이후 그녀의 제안으로 아이와 함께 소풍을 갔다. 말 그대로 소풍이었다. 가까운 시외로 나가서 정성을 담아 챙겨 온 도시락도 먹고, 박물관 구경도 하고, 저녁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파스타도 먹었다. 특별하지 않은 소풍이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매우 특별한 하루가 되었나 보다.

아직도 종종 그날 소풍 이야기를 한다. 도시락이 참 맛있었다고,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보다 훨씬 맛있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웃기도 한다.


나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인 하루였다. 그녀의 음식 솜씨에 놀랐고, 생각보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모습에 놀랐고, 거리낌 없이 아이와 손잡고 가는 모습에 놀라웠다. 마치 진짜 엄마인 것 마냥 그녀를 잘 따르는 아이에게도 놀라웠다.


그녀에게도 나름 뜻깊은 하루였나 보다.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바래다주는 길에서 그녀의 생각을 들었다. 힘들지도 않았고, 본인도 즐거웠다고 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가? 사실 이때까지는 그런 생각이 조금은 있었다. 아이를 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닌데, 힘들지 않았다는 말이 진심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 고생 많이 했어. 고마워"

"아니요. 나도 덕분에 재밌게 놀았어요. 도시락 맛있게 먹어줘서 기분도 좋고."


난 사실 하루 종일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많이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매번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 우리 딸은 여자아이 중에서도 많이 활동적인 편에 속한다. 그런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어른은 당연히 지치기 마련이다. 사람은 몸이 피곤하고 힘이 들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즉, 그 짜증을 받아내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이런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나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내가 중간에서 커트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아이의 입장에서도 여자 어른과 함께 노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들뜨고 더 귀찮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마냥 이쁘게 봐주고 전혀 싫은 내색 없이 같이 놀아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눈치를 보며 돌아다녀도 전혀 싫은 내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조심스럽게 아이의 들뜸을 방관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했던 건지 오히려 아이의 그런 모습을 안쓰러워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후에도 종종 아이와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이후에도 바다를 가거나 가까운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그런 시간들을 많이 보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부모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내 자식이라도 힘들 텐데 그렇지 않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라웠다.


밖에서 우연히 만난 어른들이 지나가며, 아이와 그녀가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그녀의 아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본다.

종종 공짜로 다 큰 이쁜 딸을 얻었다며,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저 웃음으로 대답할 뿐이다. 내가 이런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웃어주는 것과 웃게 해 주는 것뿐이라 많이 미안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의 인생을 찾아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