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좋은 거니? 나쁜 거니?
실패.
참 입에 올리기 조차 싫은 단어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실패를 한다고들 한다. 이 말을 뱉은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다면 그 입을 딱 때려주고 싶다.
한 번? 나는 내 삶 자체가 실패의 연속이다.
사실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학창 시절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R.O.T.C 불합격! 대기 3번.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당장 휴학해버리고 군대를 가려고 했다. 그러다 그냥 한 학기만 더 다니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학교를 다니던 중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원하는 병과에 들어갔고,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보람 있고, 적당히 재미있는 군생활.
이때까지 나의 인생은 행운아였다.
나의 노력에 비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가끔 부끄럽기도 했다.
실패를 거듭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이다.
하기 싫었던 전역을 하게 되었다.
취업이 되지 않았다.
계획에 없었던 결혼을 했다.
아이가 태어났다.
취업의 문은 나에게 너무나 높은 장벽이었다.
수도 없이 이력서를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주로 일당직이었다.
당시 군에서 함께 근무하던 하사가 휴가를 나왔다며 찾아왔다.
"자존심 상하지 않으십니까?"
그 녀석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왜?"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말 한마디에 수십 명의 병사들과 열명이 넘는 부사관들이 움직이던 사람이었는데...."
"자존심이 밥 먹여 주지 않더라.... 미안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챙겨주지도 못하네..."
신기한 것은 전혀 자존심 상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나에게는 내일의 걱정뿐이었다.
취업의 실패.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는 사람과의 마찰이 있거나 혹은 업무가 나와 너무 맞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회사는 내가 입사만 하면 문을 닫았다.
보험영업은 그래도 제법 괜찮은 수입과 보람을 느꼈다. 당시 경제적인 안정권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었다.
그때 나에게 찾아온 시련은 이혼.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바람을 핀 사람. 핏덩이 같은 아이도 내팽개치고 떠난 모진 사람.
틀린 말은 아니다. 돈에 미쳐서 아니 환장해서 내 가정을 챙기지 않았다. 그저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이후로 계속된 방황. 꿈도 목표도 없었고 마땅한 직업도 없었다. 한 직장에서 6개월을 버티기 힘들었다.
그 당시 내가 폐업시킨(?) 회사만 4곳이다. 이것도 능력인가?
지금은 4년째 일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어 가는 듯하다. 동시에 무섭다.
또 나에게 어떤 시련이 다가올지 모르겠다. 사실 이제는 넘어지면 일어설 자신이 없다. 지쳐서 라기보다는 일어서면 또 넘어질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은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노력이 부족하다고 하기에는 내가 많이 지쳤다.
누군가에게 크게 상처를 주며 살지도 않았는데, 왜 나는 힘든 삶의 연속일까?
이런 나로 인해 내 딸이, 내 주변 사람이 나로 인해 피해가 가지 않을까?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인생이 정말 하나씩 풀어지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