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꿈은 백수야
"아빠는 꿈이 뭐야"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36살 아빠에게 물었다.
나는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백수"
"백수가 뭐야?"
"일 안 하고 노는 거"
"그럼 일 하지 말고 같이 놀자"
딸과 눈을 마주 보고 한참을 웃었다.
당연히 농담이라고 알려주었다.
아빠가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 둘은 집도 밥도 없고 너는 학교도 학원도 못 간다고 말했더니 아주 똑똑한 대답이 돌아왔다.
"할머니가 있잖아"
다시 한번 웃었다.
"그래 할머니가 들으면 아주 좋아하겠다."
농담처럼 뱉은 말이지만 진심이다. 나는 누가 물어도 내 삶의 목표는 백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무책임한 백수는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꿈을 위해 틈만 나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책임감 있는 백수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허무맹랑한 꿈을 꾸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로또에 당첨이 되어서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받아먹고 산다거나 혹은 사업이나 장사를 하면서 직원을 고용해 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이런 실현 불가능한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도 없다. 그래서 사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업이나 장사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코 월급쟁이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사실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들이 머릿속에 있다.
내 딸이 성인이 되기까지 남은 기간은 9년.
그 안에 모든 대출을 정리한다는 조건에서 실현 가능한 방법들이다.
천기누설이 될지도 몰라서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어디에도 기록하지 않으며, 그저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
간혹 나의 이런 인생 목표를 들으면 그게 뭐냐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다.
"저기요. 이보다 더 이루기 힘든 목표가 어딨나요?"
회사에서 승진을 하는 것보다. 사업으로 성공을 하는 것보다. 내 목표가 더 어렵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목표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비웃은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각자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가정을 해보자. 자신의 목표를 모두 이루었지만 내가 부럽지 않을까?
내 삶의 목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나는 아주 작은 카페를 하나 하고 싶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커피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 그리고 한쪽 벽면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이 역시 똑같은 이유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면 더 좋을 것이고, 손님이 많으면 더더욱 좋을 것이며, 손님이 많지 않아도 나만의 시간이 있어서 좋다.
현실적으로 접근을 한다면, 그 카페는 내가 사는 주택 1층에 자리 잡고 있어야 월세 걱정도 없겠지.
내 딸이 20살이 되면 나는 45세. 딱 50까지만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