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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ug 04. 2021

미운오리 내동생

 나에게는 모두에게 구박과 미움을 한 몸에 받는 불쌍한 동생이 있었다. 내 동생은 우리와는 외모가 다르게 생겼다. 그런 이유로 엄마에게도 형, 누나들 에게도 미움을 받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하나뿐인 유일한 동생이다.


 나 역시 엄마와 형제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매번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일부러 조금 늦게 기다려 주며 가기도 했다. 나에게 힘이 없어 챙겨주거나 감싸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잘 버텨 주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그런 내 동생이 우리를 떠났다.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우리를 떠났다. 자기와 같은 외모를 갖고 있는 이들과 함께 있으니 이제 다름으로 차별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백조가 되어서 떠났다. 처음부터 우리와는 다른 존재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하나뿐인 동생이라 생각한다.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런 나에게 손을 흔들며 떠난 동생이 고맙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고 싶다.


 동생이 떠난 후 엄마와 나의 형제들은 전혀 동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기도 하다. 매일 같이 놀리던 큰형도, 은근슬쩍 밀어내며 골탕 먹이던 둘째 누나도 더 이상 말이 없다. 매일 같이 잔소리를 하던 엄마도 조용해졌다.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구박받고 미워했지만 아마도 그동안 미운 정이 들었나 보다. 가끔 큰형이 은혜도 모르는 놈이라며 욕을 하지만 예전처럼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저 형을 빤히 볼뿐이다. 큰형도 엄마도 그리고 다른 형제들도 그리움의 표현이 아닐까?


힘든 괴롭힘 속에서도 혼자 눈물만 흘리던 착해빠진 내 동생.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운 동생. 이제는 행복하게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겠지? 못살게 굴고 괴롭히던 우리를 잊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미안하고 보고 싶다 내 동생.




아름다운 흰색 털, 유유히 헤엄치던 엄마와 형, 누나들. 그들과 다른 내가 미웠다. 다르게 태어난 내가 원망스러웠다. 나도 나의 형제들 그리고 엄마에게 사랑받으면서 자라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밤마다 나의 다름을 원망하며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저도 엄마처럼 이쁜 오리가 되도록 해주세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오리가 아니라 백조였음을 알게 되었다. 순간 나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나도 이제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으니 엄마에게 그리고 형과 누나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틀렸다. 내가 못생겨서 따돌림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모두가 나를 싫어했다.

허망했다. 이제는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좌절했다.


 백조의 무리를 발견했을 때 나는 그들을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모두가 나에게 잘해주었다. 구박하는 이도, 괴롭히는 이도 없다.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이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문득 그리워졌다. 잔소리하던 엄마, 나를 괴롭히던 형, 구박하던 누나들,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절이었는데 문득 보고 싶고 그리워졌다. 이제는 내가 더 크고 더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다.

‘혹시 이제는 서로 사랑하며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우리의 모습은 다르지만,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고 있나 보다. 이제는 그들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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