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입고 막노동을 한다고 봐야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단골 정장집 사장님께 하는 말이다.
장의사는 그렇다.
옷은 정장을 입지만, 움직임은 정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고인을 모시는 과정, 장기간 운전 등
결코 옷과 업무강도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많은 장의사들은 조금은 편한 차림을 선호한다.
검은색 혹은 면으로 된 바지.
운동화.
깔끔한 티셔츠에 재킷.
다른 사람들을 비방할 의도는 없다.
어쩌면 그러한 복장이 당연하다.
앞서 말했든 장의사는 생각보다 몸의 움직임이 많은 직업이다.
셔츠에 타이.
정장바지.
구두.
불편함을 넘어서 유지가 어렵다는 표현이 맞다.
그래서 나는 정장을 구입하면 1년을 넘기기 힘들다.
바지들이 전부 찢겨 나간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다 챙겨 입는다.
언제나 구두를 신고,
셔츠에 타이를 하고,
정장 재킷을 착용한다.
여름에도 반팔 셔츠는 입지 않는다.
그 덕분에 여름철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셔츠가 땀으로 젖는다.
찝찝하기도 하고, 매우 덥다.
겨울에는 패딩을 입지 않는다.
정말 추운 한 겨울에도 목도리에 코트가 전부다.
발가락은 얼어서 통증이 느껴지는 날도 있고,
몸에는 한기가 들어와서 턱이 떨리는 날도 많다.
왜 이렇게 멋을 부리냐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모두가 한다고 해서 나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른 사람과 똑같다면, 나는 차별성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옷은 상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강하다.
내가 유가족이라면, 정장을 모두 갖춰 입은 장의사와 그렇지 않은 장의사를 봤을 때,
전자를 선택할 듯하다.
나의 생각이 이러하니 갖춰 입지 않을 수가 없다.
생전 교류가 없던 사람이 내 가족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일이다.
복장부터 정성을 다한다면, 그 마음이 닿지 않을까?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타인의 시선 보다 스스로의 가치관을 지키는 것뿐이다.
사소한 나만의 정성은 한 가지 더 있다.
상담을 할 때 사용하는 전용 펜이 따로 있다.
만년필이다.
다른 펜을 쓸 수도 있지만, 만년필을 쓰는 이유는
내가 항상 정장을 갖춰 입는 이유와 같다.
사용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만년필은 참 손이 많이 간다.
세척도 해야 하고, 잉크도 리필해야 하고,
그 사소한 준비 하나까지 정성과 진심을 다한다고
소심하게 어필을 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언제 갑자기 뛰쳐나가야 할지 모르는 일이기에
나의 정장 한 벌은 항상 옷장 밖에 세트로 구성되어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