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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03. 2020

이혼하면 행복해질까요?

'이혼 전보다 좋아 보여요'

'참 재미있게 사는 거 같아요'


이혼 후 내가 자주 들었던 말이다. 


 우린 가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그 사람의 결과물만을 보고 판단을 한다. 그 과정이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는지는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내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거친 파도를 지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 번의 실패에도 많은 상처와 자존감 하락 증세가 나타난다. 난 두 번이다. 사실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빨리 회복되기는 했다. 그 이유는 한 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열심히 살았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후회가 없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결혼생활은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자신들이 보기에 이혼 후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면 부럽다고들 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저도 이혼하면 지금보다 즐겁게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을까요?"

나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제가 부러워 보이죠? 저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명심하자.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이상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우리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엇인가를 궁금해하고 동경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면만 보도록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다. 첫 이혼 후 2년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생을 거의 포기한 채로 죽지 못해 살았다. 두 번째는 2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간혹 외롭다는 생각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결혼생활보다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은 경험해봤을 만한 사례로 예를 들어주겠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독립을 하면 느끼는 자유는 너무 달콤하다. 하지만 그 달콤함이 얼마나 유지되었는지 생각해보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겹도록 듣던 잔소리마저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이혼도 마찬가지다. 치명적인 사유를 제공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혼을 하면 현실에 마주친다.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 찢어진 우산이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두 번째 이혼 후 난 자숙(?)하는 약 2개월 동안 계획을 세웠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리스트를 만들었다. 해외여행, 외국어 공부, 운동, 로드 자전거, 독서 등 결과적으로 나는 다 해보았다. 쉽지만은 않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무조건 해보겠다는 집념으로 다 이루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혼자 여행을 가서 즐겁게 놀다가도 저녁이 되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다가도, 자전거를 신나게 타면서도, 책을 보다가도 그 생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그리고 외로움만큼 나에게 큰 짐이 되었던 것이 있다.

'허무함, 인생무상'

이혼을 하는 순간 그동안 악착같이 살아온 결혼생활이 모두 허무함으로 밀려왔다.


그래도 꼭 이혼을 하면 지금보다 행복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면 자신을 위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자.

"이혼 후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이고 목표는 무엇인가?"

여기에 명쾌한 답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이혼 후의 모습은 뻔히 보인다.

"현재 당신의 상황에서 지금은 있으나 마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허술한 벽만 허물어질 것이다. 허술하지만 이 벽은 지금 조금이나마 바람이라도 막아주고 있을 텐데 그거마저 없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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