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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04. 2020

이혼을 생각하는 여자들에게

-결혼을 생각하거나 결혼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여자들

나는 남자다.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가장 예민하고, 가장 정의하기 힘든 여자들에 대해 감히 글을 쓴다는 것은 건방지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살면서 느낀 점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들었던 하소연들을 바탕으로 조심스레 건의해 보고자 한다.


어린 시절 엄마와 옷을 사러 갔다. 그때 우리 엄마가 점원에게 했던 한마디가 나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 비싸서 이거 사주면 애 아빠한테 혼날 거 같은데..."

당시 어린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엄마가 우리 집에서 대장인데?'

'아빠는 이게 얼마인지 전혀 관심도 없을 텐데?'

'내가 잘못 들었나?'

그렇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마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엄마일 것이다. 엄마의 결정에 아빠는 크게 토를 달지 않는다. 그런데 왜 엄마는 이런 가식적인 멘트를 했을까?

이때뿐만이 아니다. 간혹 아무 의미 없는 듯한 질문을 엄마는 아빠에게 던졌다.

'이거 해도 괜찮겠어요?'

그때마다 아빠는 관심 없다는 듯 '알아서 해'라는 대답을 했다.


엄마는 본인이 결정을 하면 아빠는 그냥 따라온다는 것을 안다.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꼭 형식적인 질문을 했다. 그 이유를 이제는 안다.

우리 집의 가장. 아빠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고, 집안의 기강을 위한 형식적이지만 중요한 절차였다.


남자는 단순하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지배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여자는 지배를 당해야 집안이 잘 돌아간다 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경제력이 곧 권력이다. 집안의 경제권은 아내 혹은 엄마가 쥐고 있다. 즉 실제 권력은 여자들이다. 그저 형식적인 절차를 원할 뿐이다.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하소연이 이것이다.

"나는 그냥 돈만 벌어다 주는 기계인 거 같다."

이 말속에 진짜 숨은 불만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그리고 좀 더 대화를 해보며 숨은 뜻을 찾아내려고 해보았다. 내가 느낀바로 99.99%는 집안에서의 소외감, 존중받지 못하는 남편 등이었다. 

잘 알고 있다. 그들의 과거 행동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거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신이 남편이고 내 아이의 아빠이다. 내가 남편을 미워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내 아이가 아빠를 증오하는 상상을 해보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이 아니라 아이가 참 안쓰러워진다.

내 남편이 진짜 돈만 벌어주는 기계일지라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할지라도, 가장이라는 권위는 세워주자. 돈이 드는 것도 힘이 드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장'이라는 명패이다.


남자는 단순하다. 만약 여자가 남자에게 자존심을 세워준다면, 가장이라는 명패에서 나오는 책임감 또한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다면 한번 해보시라. 그럼 아마 남자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좋아 죽는 표정을 감추려고 하지만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 유치해 보일지라도, 단순해 보일지라도, 결코 그 앞에서 웃지 마라. 당신의 작전이 들통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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