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운전 Apr 06. 2020

이혼(이별)의 미학

-이혼의 긍정적인 모습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읽어봤다. 어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혼을 신청하고 조정기간 중 받은 상담.

'이혼하지 마세요!'

상담사가 어떤 말을 해도 그 앞에 앉은 모든 사람은 이렇게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생각하겠지?

'내가 이혼하겠다는데 왜 자꾸 하지 말라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이혼의 장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혼을 조장하고 '이혼해야 행복합니다!'라고 말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쓴 글들이 이혼은 나쁘다고만 말하는 것처럼 보여서 긍정적인 부분을 소개하겠다.


그 첫 번째로는 시간적 자유다.

 초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다 하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나에게 하루 24시간은 짧게 느껴졌다. 당시 나의 하루는 이랬다.

오전에 퇴근해서 씻고 이것저것 정리하면 낮 12시 이때부터 나의 일과가 시작된다. 자전거를 타고 약 2~3시간, 그 후 늦은 점심을 먹고 6시까지는 영어와 일어 학습지 공부를 했다. 그리고 해가질 무렵에는 카페에 가서 책을 보거나 풋살모임이 있는 날이면 운동장으로 향했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휴무는 여행 계획을 짜기 바빴다. 해외든 국내든 가리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떠났다. 대표적인 예로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갔던 후쿠오카 여행은 출발 일주일 전에 충동적으로 결정해서 티켓팅을 했다.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았고 이러한 자유로운 생활을 1년 6개월가량 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외로움을 마주할 시간이 나에게는 없었다.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이 기간 동안 나는 오로지 나 혼자만 생각했다. 뭔가 삶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에게 주는 기분이어서 남 부러울 것 없는 기간이었다.


두 번째는 책임감이라는 무게다.

 가장으로써의 책임감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 짐을 내려놓았다.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진 마음이었다. 막막한 내일에 대한 걱정도,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답답함도 모두 떨쳐버렸다. 내 어깨 위 100kg 무게의 짐 보다 더 무거운 것이 마음의 짐이었다. 사실 결혼 전까지 홀로 이런 부담감 없이 살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마치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다 화생방 훈련 후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듯 그전에는 미쳐 알지 못했다.


세 번째 경제적 해방이다.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았던 날들이 없어졌다.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작게 느껴졌던 내 월급이 결코 작지만은 않았다. 혼자 한 달에 한번 여행을 갔다 와도 충분한 금액이었다. 사고 싶었던 것들을 사기 시작했다. 로드 자전거, 책, 맥북, 핸드폰, 아이패드 등.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내가 사고 싶은 것,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살 수 있던, 처음 맞이하는 기회였다. 한 달 생활비의 90%를 한 번에 소비하고도 생활이 가능했다. 저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아니 생각지도 않았다. 아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네 번째 집중!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혹은 사건으로 인해서 일에 대한 집중력과 체력이 많이 부족했다. 이혼 후 나의 스트레스의 90% 이상을 점유하던 부분이 사라지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충분한 충전이 가능해져서 일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회사에서 나를 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인정을 받았다.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혼을 기준으로 전/후를 비교해 보면 일에 대한 능률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잡념이 많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짐을 느꼈다. 아마 편안한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일이든 취미든 무엇을 하더라도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나의 성격으로 인해 나만 느꼈던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주저리주저리 적어보긴 했다. 결론적으로 한마디로 정의를 하자면

"삶의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이혼으로 나는 나의 스트레스와 이별했다.

작가의 이전글 아름다운 이혼(이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