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긍정적인 모습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읽어봤다. 어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혼을 신청하고 조정기간 중 받은 상담.
'이혼하지 마세요!'
상담사가 어떤 말을 해도 그 앞에 앉은 모든 사람은 이렇게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생각하겠지?
'내가 이혼하겠다는데 왜 자꾸 하지 말라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이혼의 장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혼을 조장하고 '이혼해야 행복합니다!'라고 말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쓴 글들이 이혼은 나쁘다고만 말하는 것처럼 보여서 긍정적인 부분을 소개하겠다.
그 첫 번째로는 시간적 자유다.
초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다 하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나에게 하루 24시간은 짧게 느껴졌다. 당시 나의 하루는 이랬다.
오전에 퇴근해서 씻고 이것저것 정리하면 낮 12시 이때부터 나의 일과가 시작된다. 자전거를 타고 약 2~3시간, 그 후 늦은 점심을 먹고 6시까지는 영어와 일어 학습지 공부를 했다. 그리고 해가질 무렵에는 카페에 가서 책을 보거나 풋살모임이 있는 날이면 운동장으로 향했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휴무는 여행 계획을 짜기 바빴다. 해외든 국내든 가리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떠났다. 대표적인 예로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갔던 후쿠오카 여행은 출발 일주일 전에 충동적으로 결정해서 티켓팅을 했다.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았고 이러한 자유로운 생활을 1년 6개월가량 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외로움을 마주할 시간이 나에게는 없었다.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이 기간 동안 나는 오로지 나 혼자만 생각했다. 뭔가 삶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에게 주는 기분이어서 남 부러울 것 없는 기간이었다.
두 번째는 책임감이라는 무게다.
가장으로써의 책임감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 짐을 내려놓았다.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진 마음이었다. 막막한 내일에 대한 걱정도,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답답함도 모두 떨쳐버렸다. 내 어깨 위 100kg 무게의 짐 보다 더 무거운 것이 마음의 짐이었다. 사실 결혼 전까지 홀로 이런 부담감 없이 살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마치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다 화생방 훈련 후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듯 그전에는 미쳐 알지 못했다.
세 번째 경제적 해방이다.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았던 날들이 없어졌다.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작게 느껴졌던 내 월급이 결코 작지만은 않았다. 혼자 한 달에 한번 여행을 갔다 와도 충분한 금액이었다. 사고 싶었던 것들을 사기 시작했다. 로드 자전거, 책, 맥북, 핸드폰, 아이패드 등.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내가 사고 싶은 것,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살 수 있던, 처음 맞이하는 기회였다. 한 달 생활비의 90%를 한 번에 소비하고도 생활이 가능했다. 저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아니 생각지도 않았다. 아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네 번째 집중!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혹은 사건으로 인해서 일에 대한 집중력과 체력이 많이 부족했다. 이혼 후 나의 스트레스의 90% 이상을 점유하던 부분이 사라지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충분한 충전이 가능해져서 일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회사에서 나를 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인정을 받았다.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혼을 기준으로 전/후를 비교해 보면 일에 대한 능률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잡념이 많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짐을 느꼈다. 아마 편안한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일이든 취미든 무엇을 하더라도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나의 성격으로 인해 나만 느꼈던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주저리주저리 적어보긴 했다. 결론적으로 한마디로 정의를 하자면
"삶의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이혼으로 나는 나의 스트레스와 이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