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되어 함께 떠나지 않을래?
만화 '원피스'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친구 따라 몇 편을 본 기억이 있다.
넓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향해하며, 수도 없이 나타나는 적과 싸우며, 혹은 마음이 통하는 동료를 만나고 친구가 되는 내용으로 보였다. 가족도 아니고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죽마고우도 아니다. 어쩌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남을 법도 한, 관계의 사람들이 모여 팀이 되고 서로를 의지한다. 그리고 끝가지 서로를 믿음으로 지켜준다. 정말 아름다운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요즘은 가족도 믿기 힘든 세상이라고 한다. 가족끼리도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보다 못한 관계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직업 특성상 그런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물며 피 한방을 섞이지 않은 남들과의 관계가 이리도 끈끈할 수 있다니. 만화의 엔딩이 어떻게 끝나던지 아름다운 만화이다.
남으로 만나 서로의 동료가 되고, 서로를 의지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마치 결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내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모든 것이 그쪽으로 시선이 쏠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무튼 생각이 여기까지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궁금한 부분이 생겼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같은 목적? 재미? 감동?'
속 시원한 결과를 찾지는 못했다.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분들은 만화에서 즉, 허구의 세상에서 만들어낸 이야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밑도 끝도 없이 이런 전개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의 동료가 되어줘!"
'집도 없고, 돈도 없고, 할 것도 없는데 그럴까?'
"좋아!"
이건 아니지 않을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보기도 하고, 믿는 도끼를 너무 믿어서 손질하지 않고 방치를 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그 도끼는 결과적으로 나를 떠났다. 이런 경험이 있는 나에게 동료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는 '루피'의 존재는 동경의 대상이다. 가끔 느슨해 보이기도 하고 리더로서 너무 카리스마가 없다고 생각도 들지만 이것이 그의 장점인가 싶을 때도 있다. 도대체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저 대단해 보이고 부럽다.
그의 사람 보는 눈이 부럽고, 개성이 뚜렷한 여럿을 한 곳에 어울리게 하는 그의 리더십이 부럽다. 그리고 사실 그의 능력도 탐이 나기는 한다.
결혼은 세상이라는 넓고 끝없는 바다 위를 영원히 함께할 하나뿐인 동료를 찾는 일이다. 가끔은 태풍이 몰아치기도 하고, 반대로 하염없이 잔잔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오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동료로 더 탐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수도 없이 많은 에피소드들을 함께 겪어나갈 용기 있는 동료를 찾아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넓은 세상을 홀로 향해해 나가기보다는 비록 티격태격하더라도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