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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09. 2020

착한 불효자

-나는 불효자였고, 앞으로도 불효자가 될 생각이다.

"아빠가 그랬듯이 나도 내 가정이 먼저야, 엄마가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 가정이 우선이야"

엄마에게 했던 말이다. 홧김에 했던 말도 아니고, 협박성 말도 아니다. 나의 진심이었다.

아빠는 가정적인 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항상 엄마를 위하며 살았다. 엄마와 할아버지, 두 분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아빠는 누구 편도 들지 않았지만 엄마가 가자고 하기 전까지 명절에도 할아버지 댁에 가는 일은 없었다. 당시 어렸던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오예 그냥 집에서 쉰다' 그저 이따위 철없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성인이 되고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그때 아빠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

내 부모지만 내 가정을 위해서 잠시나마 못 본 척,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을 해야 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엄마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아도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일들을 빌미로 나는 엄마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결혼했으니 나는 엄마 아들이 아니라 한 가정의 가장이야! 그러니 나도 내 가정을 위해서 살 거야"


호기로웠으나, 현실성은 없었다. 결국 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결과는 파국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나를 받아준 건 역시나 엄마였다. 그 처럼 모질게 말하고 뛰쳐나간 아들을 엄마라는 이유로 다시 받아주었다. 두 번의 출가와 두 번의 귀가로 나의 마음만큼 엄마의 마음도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고 어느 날 조용히 엄마와 대화를 하게 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또다시 불효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엄마, 나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고, 다시 내가 결혼을 한다면 역시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할 거야. 그러니 엄마가 이해해줘. 아빠가 엄마한테 했던 것처럼, 나 또한 내 아내에게 영원한 편이 되어줄 수밖에 없어."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엄마도 그저 서운해서 그런 거뿐이야...."


불효자가 되겠다는 선전포고는, 좋은 남편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엄마에게는 너무 죄스럽지만, 나는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고 믿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내 가정에서 고부간의 갈등이 아니라 고부간의 친목이 되는 것이지만 확신을 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나는 항상 아내의 편이었다.

나는 자식보다 아내를 우선시했다.

나의 남동생에게도 똑같이 하라고 알려주었다. 그것이 너의 가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진심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거나,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호의를 권리로 생각하는 상대방과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 그 사람을 탓할 마음은 없다. 그저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도 달라 서로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나는 나의 많은 선택에 실패를 겪고, 문제점을 찾아서 고치려 노력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 다짐은 비록 한 번의 실패는 경험했지만, 틀렸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나는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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