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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09. 2020

결혼이라는 감옥

-자유를 반납하는 대가로, 행복을 받길 원하는 곳

오래전에 재미있게 본 미드가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봤을 것이다. 도저히 나처럼 하찮은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탈옥 계획. 그 완벽한 계획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스릴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결혼이라는 형을 집행받고 살아가던 중, 이혼이라는 탈옥을 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아주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했다. 아마 상대방이 이 글을 읽으면 분노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 계획은 대부분이 탈출 후의 나의 생활에 대한 계산이었다. 경제적인 부분, 심리적인 부분, 시간계획 등 다시 생각해봐도 아주 치밀하게 계산했던 것 같다. 그 덕에 이혼 후 나는 금방 평온을 찾았고, 빠른 시간 안에 잊어버릴 수 있었다. 매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혼을 하게 되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세상에서 가장 먼 사이로 바뀌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나의 삶을 찾아가는, 때로는 이기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에는 감사하게도 조정기간이라는 시간을 준다. 원래는 이 기간 동안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라는 뜻이지만, 나는 반대로 나의 미래를 계획하는 데 사용했다. 이혼이 결정되는 그 순간부터 약 1~2년 정도의 미래를 계획했다. 그리고 실행했다. 슬퍼할, 외로워할 시간도 없었다. 과거가 그립지도 않았다. 이것은 나의 아주 철저했던 계획 덕분이라 믿는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니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지만 혹시라도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나는 똑같이 아니 이번보다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만들 것이다.


첫 번째는 3년형을 구형받았고, 두 번째는 무기수가 되고 싶었으나 3년 만에 스스로 탈출했다. 그리고 한번 더 결혼이라는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정말 무기수가 되어 형량을 가득 채우고 싶다.


결혼을 감옥으로 비유를 한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과 동떨어진 또 다른 세상이라는 것에서 비슷한 점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두 사람이 만나서 우리가 되어, 스스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감옥처럼 제약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가끔 이런 자유를 박탈당한 기분을 느끼고 싶기는 하다. 나의 자유를 반납하고, 내 가족의 행복을 받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자유를 반납하겠다. 아니 결혼이라는 감옥에 구속되어도 좋다. 아니 구속되고 싶다. 그 감옥이 정말 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받겠다.


감옥은 법을 어겨서 벌을 받는 것이라면, 결혼은 신뢰를 얻어서 행복을 만드는 것.

감옥은 타인이 나의 자유를 구속하지만, 결혼은 스스로가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

감옥은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결혼은 모두가 꿈꾸는 것.

자유로운 혼자보다, 구속받는 우리가 더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 모두가 꿈꾸는 결혼은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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