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해서 집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편하고자 집착을 했다.
아이의 엄마는 다른 사람이 생겨서 떠났다. 물론 이것은 결론이고, 그 이전에 결혼생활의 과정에서 나의 무관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나의 모든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물을 가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거절을 잘하지 못했던 나는 나의 소유물을 빌려달라는 말에 딱 잘라 거절하기 시작했다. 아니 온갖 핑계들로 어려움을 어필했다.
사람을 믿지 못했다. 20살 대학시절 나의 첫 연애는 5년이 지속되었고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그 사람을 의심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람은 한마디 변명도 없이 이별을 통보했다. 난 당시 직업군인이었고 그녀를 잡을 상황도 여건도 되지 못했다. '외롭다'라는 말은 더 이상 나의 어떤 변명도 나오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그러고 만난 사람이 아이 엄마다. 그 사람과도 비슷한 결과를 만들었고 결국 나는 믿음이라는 센서가 고장 나 버렸다.
집착할 사람은 없었고, 나의 물건들에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차에 집착을 하고, 휴대폰에 집착하고, 옷, 신발 등 모든 사물에 집착을 했다. 마치 신생아를 다루듯 사용했다. 그 덕에 나의 '것'은 기간에 비해 잘 관리된 편이라 중고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었다.
사람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연락이 되지 않으면 불안했고, 연락이 되어도 믿지 못했다. 내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었다. 특히 이성의 말은 마치 나를 비웃는 듯 거짓으로만 들렸다. 나의 집착과 의심은 상대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에 큰 대못을 박고 있었다. 그 못은 결코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죄를 지었다. 나의 과거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방패로, 집착이라는 창으로 그 사람들을 공격했다. 나의 과거로 나의 집착은 어쩔 수 없음을 정당화했다. 결국 내가 편하고자 주변 사람들을 믿지 않았고 의심했다.
어린 시절 함께했던 친구들을 잃었고, 아내를 잃었고, 사회 친구들을 잃었으며, 군 시절을 함께 했던 전우들을 잃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나의 집착과 의심이 과하게 불타올랐음을 알게 되었다.
잃음으로써 얻은 것은 내가 바닥에 왔다는 인지였다. 나는 바닥까지 내려왔다. 휴대폰에 수도 없이 많던 연락처들이 모두 정리가 되었고, 휴대폰을 바꿔도 옮길 것이 없는 편리한 상태가 왔다.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무작정 믿지도, 무작정 의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제삼자의 말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내가 겪은 일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려고 애쓴다.
너무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다. 항상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 보니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 가장 먼저 닳거나 고장이 났다. 나의 재미를 위해 혹은 나의 욕구를 위해 그 장난감을 괴롭혔던 것이다. 장난감은 원래 가지고 노는 것이 그 용도이지만, 적당함이 필요하다.
적당한 집착은 장난감을 아껴주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만큼 모든 관심과 집착을 가한다면, 금방 망가지고 말 것이다.
내 과거를 용서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만큼의 관계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린 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과의 관계가 돌아오지 못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첫사랑과 풋풋했던 시절과 감정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저 나의 실수로 잃어버린 것들을 미래에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우리 아빠가 예전에 농담 삼아하시던 말이 있다.
"버스가 떠난 후 손을 흔들면 택시가 선다."
그래 지금 지나간 버스를 후회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다음 버스를 차분히 기다리며, 앞에 놓친 버스를 왜 보내야만 했는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