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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12. 2020

고부갈등, 남자하기 나름이에요.

-차라리 내가 미친놈이 되자

"엄마! 제발 간섭하지 마! 어떻게 살든 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엄마 눈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 아내야 엄마 때문에 우리가 싸우길 바라면 계속 그렇게 해!"

사실 홧김에 보란 듯이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괜찮았다. 오히려 아내가 뻘쭘해했고, 나에게 너무 과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척 씩씩거리며 말했다.

"엄마는 아직도 우리가 어린애라 생각하나 봐. 그게 너무 싫어!"

그러고 며칠 뒤 아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고부간의 갈등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때마다 나는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엄마와 아내 그리고 나까지 셋이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봐"

친구 둘이 심하게 다투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재자 역할을 해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려 하겠지? 무작정 둘을 붙여둔다면 2차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각개전투이다. 따로 만나 맞장구쳐주고, 달래준다. 이것이 "고부갈등 해결 1단계"다.


2단계는 무엇이냐고? 셋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둘 모두에게 큰소리를 친다. "아 진짜 뭐 하는 거야!" 두 친구가 다투고 있는 중에 내가 갑자기 화를 낸다면 둘의 흥분상태가 조금 진정이 되는 효과가 있다. 그것을 보고 착안한 방법이다. 그저 내가 미친놈처럼 날뛴다.


마지막 3단계는 '만만한 엄마에게 화내기'이다.

엄마도 아내도 모르겠고 일단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두 사람에게 내가 실수를 했을 때 어느 쪽이 더 쉽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아마 아내보다 엄마이지 않을까? 내 생각은 그랬다. 엄마는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자식에게 한없이 져준다. 내가 미친놈처럼 날뛰다가도 갈 곳이 없어 집으로 가면 내치지 않는다. 그게 엄마다. 그래서 나는 만만한 엄마에게 화를 내고 아내의 편을 들었다.




나의 아내는 처음에는 고마워하고 먼저 다가가 엄마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당연하게 생각을 했다. 내가 자기편을 들어주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자기가 틀리지 않았고 엄마가 틀렸다고 생각했나 보다. 내가 했던 선택은 엄마가 틀렸고 아내가 맞아서가 아니다. 그저 내 가정의 평안을 위해 다시 한번 엄마를 희생시켰을 뿐이다.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이나마 죄송한 마음을 가지길 바랬다. 나로 인해 엄마가 속상해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같은 여자로서 이해해주길 바랬다. 무리한 요구였을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만큼 나도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남자들도 처가와 불편한 경우들이 종종 있다. 내가 엄마에게 그런 선택을 해서 그런가. 가끔 내 아내도 나를 선택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른이자나. 당연히 우리가 이해해야지"

그럼 우리 엄마는 왜 이해를 못해주시나요?

내가 이혼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한두 번은 나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고, 내가 실수를 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매사에 남편보다 부모님이 먼저인 사람과는 나는 함께하지 못하겠다. 내가 맞고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가치관이 다를 뿐이라 생각한다.


"부모님은 언제나 내편이지만, 배우자는 영원한 내편이라는 보장이 없다. 튼튼한 다리보다 조금이라도 약한 다리를 더 관리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마음 아프지만 고부간의 갈등보다는 모자 혹은 모녀간의 갈등이 풀기 더 쉬운 문제라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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