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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11. 2020

작년 봄 그리고 다시 온 봄

- 또다시 찾아온 봄

어김없이 올해도 봄이 찾아왔다. 얼어붙은 땅에서 꽃이 피고, 추운 바람을 몰아내고 따스함이 다가왔다. 올해는 봄만 오지 않았다. 이상한 분위기를 같이 몰고 왔다. 그래서 봄을 만끽하기가 나의 행동반경만큼 제한되었다. 

 2020년의 봄은 누구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많은 봄 중에 하나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힘든 봄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느 해 보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봄이다. 


작년 봄에는 혼자 자전거를 타며 꽃구경을 했지만, 올해는 나와 함께해주는 사람이 있다.

작년 봄에는 홀로 아이와 씨름했다면, 올해는 둘이서 아이와 씨름하고 있다.

작년 봄에는 언젠가 글을 쓰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면, 올봄은 실행을 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르게 나의 2020년 봄은 따뜻하기만 하다. 미안할 정도로 나의 봄은 따뜻하다. 아이는 그 사람을 엄마라 부르고, 우리는 함께할 미래를 꿈꾸며 준비 중이다. 작은 체구에서도 나의 큰 아픔을 모두 감싸 안아준 사람. 이 사람이 있어 올봄은 어느 해보다 따뜻하다.


조심스럽게 기대를 해본다. 나의 삶에도 이제 봄이 오지 않을까? 겨울의 끝자락에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다가온 봄처럼, 나의 삶에도 봄이 찾아오는 듯하다. 김칫국 한 사발을 드링킹 하는 걸 지도 모르지만, 여름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난 그저 지금 이 봄을 즐기고 싶다.


겨울이 추울수록 봄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나의 겨울은 길고 추웠다. 끝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의 인생은 4계절의 우리나라가 아니라 알래스카 정도로 생각했다. 그저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 날씨만 탓했다.

'왜 나의 계절은 겨울만 있는 거지' 가만히 앉아서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뒤늦게 알았다. 나의 겨울을 끝내는 것도, 나의 봄을 맞이하는 것도 다 마음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밝은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가능성이 있다 세뇌하며 1년을 보냈다. 그러니 나에게 봄이 찾아왔고, 봄에 꽃이 피듯 그 사람이 나에게 나타났다. 이 꽃을 꺾어서 나에게 두면 나는 행복하지만 그 꽃은 아프겠지? 그래도 나는 이 꽃을 나의 땅에 옮겨 심을 생각이다. 분에 넘치는 욕심이라 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욕심을 내고 싶다. 그냥 좀 이기적이고 싶다. 아름다운 꽃을 옮겨온 만큼 좋은 양분과 많은 관심으로 더 이쁘게, 그리고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


내 삶의 봄이 어색하지만, 이 어색함이 나쁘지 않고,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2020년의 봄은 조용히 지나가는 듯 하지만, 나의 봄은 어느 해보다 따뜻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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