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나는 앞서 글을 쓰고 나서 고민도 없이 발행했다. 다시 한번 읽어보니 떠오르는 감정들이 있어서 번외 편을 쓰는 중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이혼을 하고 나서, 내가 아이와 둘만 남겨지고 보니 남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도 있다. 별생각 없이 혹은 아무 감정 없이 보던 것들에 의미가 부여되고, 감정이 이입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길을 가다 나처럼 아이와 놀러 나온 아빠를 보면 그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아이의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람과 나와 같은 상황의 사람은 어깨너머로 다른 아우라가 펼쳐졌다. 물론 직접 가서 물어보고 확인을 해본 적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 그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느끼겠지?'
그리고는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눈빛을 속일 수 없으니, 분명 내 눈빛에서 동질감 혹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 눈빛에서 받는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최대한 눈길을 주지 않는다.
주위에 나와 반대되는 상황의 사람들을 본 적도 있다. 아이가 엄마와 남은 가정이다. 그 가정 또한 허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다른 무언가가 있다. 내가 아빠라서 더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자 혹은 부녀 지간의 남겨짐이 더 안타까워 보이고, 무언가 더 부족해 보인다. 정말 그저 내가 아빠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게 되면 국내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한부모 아이들이 보인다. 그런데 해외로 나가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외국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을 보는 횟수가 즉 표본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상하게 해외에서는 그런 시선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나도 아이도 해외라는 사실 하나에 취해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아이와의 여행은 해외로 선택하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은 예전처럼 피하지는 않는다. 아이도 나도 이제는 많이 단련이 된듯하다. 아니면 그저 신경 쓰지 않는 다고 해야 할까? 혹시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힘들고 어렵다는 걸 알지만 도움을 주고 싶다. 나처럼 오랜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그저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이유에서다.
"어차피 그 시선들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그저 우리의 피해의식이 만들어내는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들이 부끄러운 건 아니잖아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있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에게 누군가가 옆에 없는 엄마 혹은 아빠의 존재를 묻는다면, 그저 시간이 맞지 않아서 혼자 왔다고 하면 됩니다. 제 생각인데 아이도 우리 상황을 알고 있으니 변명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부끄러움 혹은 두려움 때문에 내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부디 저와 같은 실수는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