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 시절부터 이렇게 다짐했다.
학창 시절부터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지키겠다는 다짐을 한 가지 했다.
"나중에 내 아이가 생기면 절대 공부를 강요하지 않겠어"
내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늘어날수록 더 확고해졌다. 나의 이런 다짐에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다.
"정말 애가 공부를 못해봐라. 그럼 그게 마음처럼 되는지"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가 받아쓰기 점수를 엉망으로 받아오면, 스트레스도 받고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아니 무시가 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런데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왜? 나는 약속을 했다. 스스로와 약속을 했고, 무엇보다 아이와 약속을 했다.
나의 모든 교육방침에 기본이 되는 아이와의 약속.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거야."
"아빠는 절대 거짓말 안 하고, 약속을 안 지킨 적도 없어"
우리 딸에게 아빠는 이런 사람이다. 아직까지는 아이와 어떤 약속을 해도 다 지켰다.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리고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유혹하는 약속 또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런 신뢰는 생겼다.
'우리 아빠는 약속은 꼭 지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날 나는 약속했다.
"아빠는 네가 공부 못한다고 혼내는 일은 없을 거야. 다만 책은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 어른들한테 버릇없이 행동하는 건 싫어. 마지막으로 거짓말은 어떤 이유에도 용서받지 못하는 거야"
지금도 아이에게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거짓말!"
나는 약속을 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경험했기 때문이다. 공부라는 것이 주변에서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그리고 하지 마라고 해도 할 아이들은 하고, 아무리 시켜도 본인의 마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 차라리 그 시간과 그 비용을 다른 흥미거리를 찾는데 지원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건 다 시켜볼 생각이다. 아직은 어리니깐.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여러 가지 시켜봤다. 컴퓨터, 미술, 피아노, 태권도, 수영, 학습지, 수학학원. 물론 한 번에 다 보낸 것은 아니다. 나도 경제적 상황이 그렇게 여유로운 것은 아니어서 하나씩 혹은 두 가지씩 시켰다. 가장 오래 했고 아직까지 하고 있는 것은 피아노이다. 계속해서 피아노를 시킬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피아노라는 것 까지 찾았다.
주변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러다 정말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결국 학업에 뒤쳐져서 아예 포기를 하면?"
많이 속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안타깝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학창 시절을 지나온 모든 사람은 알고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것. 그리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 하지만 나는 참 이상한 일들도 많이 보았다. 스스로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오랫동안 하다 보면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다. 언제가 되었든 본인이 하고 싶은 일로 갑자기 전향을 한다거나, 아예 이것도 저것도 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 무엇보다 나중에 딸이 커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빠가 시키는 데로 다 했잖아요. 그런데 결과가 고작 이거예요? 다 아빠 때문이에요!"
결국 너의 선택이고, 또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이며, 그렇기에 책임 또한 너의 몫이다. 이런 부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을 계속 적응시키고 있다.
"내가 한 일은 내가 책임을 진다."
주변에서 보면 어린아이에게 너무 모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매번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준다면, 그 아이는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까먹을지도 모른다. 결국 내 자식이지만 내가 대신 살아줄 인생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배우고, 부딪혀야 하는 일이다.
아마 7살이 되던 해부터 나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그 어떤 일도 대신해주지 않았다. 마음은 아프다. 그리고 때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안쓰러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아이의 미래에는 불행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대한 외면하고, 또 외면한다.
딸! 아빠가 너 미워서 그러는 거 아니란다. 지금 당장 작은 서러움을 외면해버리면 너는 어른이 되어서 수만 배의 고통을 느낄지도 몰라. 아빠는 그게 두려워서 너를 지금, 조금 힘들게 하는 것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