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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27. 2020

이혼 후 느껴지는 허전함을 경계해야 했다.


아이 엄마와 법적 정리까지 모두 마친 후,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의 감정은 분명 아니었다. 당시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그저 허전함이라고 해야 할까? 밉고 원망스러워도 옆에 있던 무언가가 빠져나간 느낌은 지울 수 없나 보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우연처럼 나타난 사람은 아이 엄마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 같았다. 꾸밈도 없었고, 혼자서 타지에서 살아가는 꿋꿋함도 있어 보였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했다.



엄청난 갈증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액체라면 무엇이든 삼켜버리고 싶을 만큼의 갈증. 아마 그때 나의 상태가 그러했다. 비어있던 내 마음에 무엇이든 때려 넣고 싶은 마음이었나 보다. 소금물인지, 시원한 냉수 인지 구별할 생각도 없이 한 번에 쭉 들이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더 심한 갈증과 함께 고통까지 동반되었다.


두 번째 그 사람은 결혼생활에 본인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결혼 시작을 잘못했다. 아니 어쩌면 준비 단계에서부터 상대를 기만하고, 스스로도 속이며, 그저 갈증을 해소하기만을 위해 독약을 들이부었다. 결국 두 번째 결혼 역시 나의 잘못된 선택과 생각으로 나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상처만 남겼을 뿐이다.


누군가와 연락을 하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신경을 쓰고, 집중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퇴근 후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시간이 부족하다 느꼈다.

하지만 나는 당시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과정의 끝은 결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알고 있었다.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당시 나의 생각은 딱 이랬다.

'어차피 나는 손해 볼 거 없는 결혼이야'

'누가 나와 결혼을 하려고 하겠어? 나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이 사람뿐일 거야'

나는 손해 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딴 생각으로 결혼을 하는 사람은 나뿐일 듯하다. 그것도 재혼을 이런 생각으로 했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나의 심리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변명을 하자면, 나는 아이 엄마와의 이혼에 많은 부분 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다. 가부장적인 생각과 행동, 일을 핑계 삼아 소홀히 한 가정, 그저 돈만 벌어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 등 그 사람을 외롭게 했다. 그래서 나는 나만 바뀌면 결혼생활이 순탄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가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했다. 집안일을 일체 하지 못하는 두 번째 아내를 위해 24시간 근무 후 퇴근을 해도 청소, 빨래를 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퇴근을 미루었다. 이처럼 결혼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마음이 없는 노력은 땅 위의 배와도 같다. 무슨 짓을 해도, 어떤 노력을 해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아가지 않음에 스트레스를 받고, 포기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되었음을 생각하지 못하고 엉뚱한 화풀이만 했던 것이다.




과거에 엄청난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신 것은 냉수가 아니라 소금물이었다. 그것도 아주 농도가 짙은 소금물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갈증은 더 심해졌고, 이제는 고통까지 동반되어서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 아무리 많은 물을 마셔도 해소되지 않았다. 갈증은 더 심해져 갔다. 고통은 나의 위장을 녹여 내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전부 토해내고 말았다. 포기를 선언하고 내가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전부 토했다.


이별 혹은 이혼 후 찾아오는 외로움과 허전함은 당연하다. 나와 같은 실수를 하려는 사람을 두 명을 보았다. 그러고 경고했다.

"너무 깊게 빠지지 마세요, 연애는 얼마든지 좋지만 항상 경계하고 한발 물러서서 상대방을 바라보세요."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연애만으로 끝이 났다. 내가 했던 경고는 어쩌면 나 자신한테 하는 반성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인연이 너무 싫어서, 그 사람과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쉽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이전 인연이 너무 큰 사랑이면, 그 상실감에 누군가 조금만 잘해줘도 쉽게 넘어간다.

스스로 결정한 외톨이가 되어서 살아가다 보면,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에게 한없이 감사하고, 모든 걸 주고 싶어 진다.

나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주제넘은 걱정에 적어보았다.



내 감정의 허전함 혹은 상실감은 내가 채우는 것. 다른 누군가로 채우지는 못한다. 너무 늦게 알았고 너무 비싼 비용을 들였다 가끔은 나 자신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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