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무엇이 더 무거운 감정일까?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한때는 나에게 가장 잔혹한 달이었다. 아마 우리 딸에게도 그런 5월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에 마음이 아려온다.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는 봄, 그리고 그 따뜻한 날씨 속에 우리를 더 따뜻하게 해주는 가족이라는 존재. 그동안 나는 가족이라는 존재를 애써 잊고 살았다.
저녁과 이른 아침에도 이제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벌써 봄이 왔나? 하는 생각이 들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그럼 마치 여름이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날씨이다.
매일 출퇴근길에 나는 낙동강을 따라 이동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 맑은 날씨에 흘러가는 강물을 보니 시간의 흐름이 강물보다 거세고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올해도 벌써 5월이구나. 이러다 정신 차려보면 딸이 교복 사달라고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역시나 나의 생각은 여기서 삼천포로 빠졌다.
'내 딸은 나를 원망하는 마음보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무거웠나 보다.'
'만약 내가 우리 딸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과연 내 딸처럼 아빠를 이해하고, 그리워했을까? 아니면 원망했을까?'
아마도 나는 원망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나라면 분명 아빠를 원망했을 것이다.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않고, 한 달에 한번 보기도 힘든 아빠는 필요 없어!'
아마 나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참 아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나 자신을 욕하고 있던 순간 문득 감정의 변화가 생겼다. 마치 시간이 지나 겨울눈이 녹고, 봄 꽃이 피듯이 나도 모르게 감정의 변화가 왔다.
'정말 밉고 싫어. 그래도 아빠가 왔으면 좋겠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줘도 되니깐 매일 집에 와서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너무 과하게 감정이입을 했나 보다.....
과한 감정이입으로 감정의 변화를 알게 되었다. 분노와 원망은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으로 바뀌는 듯하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지만, 친구 혹은 연인 사이의 감정의 변화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이별의 순간은 분노 혹은 원망의 마음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의 감정이 찾아오는 시기가 있었다.
내 딸도 이런 감정의 변화를 느낀 것은 아닐까? 함께 있지 않는 아빠에 대한 원망이 시간이라는 바람에 풍화되어 그리움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그리움의 감정은 아주 작은 햇빛에도 따스함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나 보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일상이 우리 아이에게는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원망이라는 감정보다 그리움이라는 놈이 더 무거운 놈이기에, 더 이상 내 딸에게 이 놈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싶다. 그 무게를 이겨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도록, 적어도 아빠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은 더 이상 짊어지지 않게 해야겠다. 나는 오늘도 우리 딸 덕분에 0.5cm 정도 철이 들었다.